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와 가족들은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지게 됩니다. 동시에 의사의 책임 여부를 놓고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여러 의사가 함께 진료하는 경우, 과실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오늘은 의료행위 분담에 따른 의사의 주의의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기본 원칙은?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다루는 만큼 매우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갖습니다. 환자의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죠. 만약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면, 의사가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고, 또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는지가 과실 판단의 핵심입니다. 이때 기준은 의료행위 당시 의료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학 수준, 진료 환경,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규범적인 수준입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여러 의사가 함께 진료한다면?
의료행위가 여러 의사의 분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각 의사는 자신의 담당 영역에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의료계 현실, 진료 환경,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합니다.
수평적 분업 vs. 수직적 분업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사들 사이의 관계입니다.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진료 영역을 나누어 맡는 수평적 분업의 경우, 담당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의 과실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담당 의사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주된 의사가 수술에 집중하는 동안 마취과 의사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주된 의사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하지만 전문의와 전공의처럼 지휘·감독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수직적 분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주된 의사는 다른 의사의 의료행위가 적절한지 확인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이 의무를 소홀히 하여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주된 의사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만, 위임받은 의사의 자격, 위임 경위, 의료행위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위임이 합리적이었다면 주된 의사의 책임은 없을 수 있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5도9229 판결)
설명의무는 누구에게?
수술 등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의무는 원칙적으로 주된 의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사를 통해 설명해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다른 의사에게 설명을 위임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주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참고) 위 모든 내용은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상)와 관련됩니다.
이처럼 의료행위 분담에 따른 의사의 책임은 의사들의 관계, 위임의 합리성, 의료행위의 성격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의료사고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만큼, 의료계에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와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민사판례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진단 과실 여부는 당시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의사가 환자를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찰하고 진단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가 조산하여 한 아이가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의사의 진료 과정에 과실이 없다고 판결. 질식분만 선택 및 응급 제왕절개 수술 시점에 문제가 없었고, 질식분만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도 없었다고 판단.
형사판례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필요한 경우 신속히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의료과실로 인정될 수 있다.
민사판례
심장 수술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의 항응고제 관리 소홀 및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된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의사의 항응고제 투여량 결정에는 재량이 있고, 환자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발생 가능한 증상과 대처법 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했습니다.
형사판례
의사의 의료 행위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의사의 명백한 과실과 그 과실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 단순히 의료 행위 후 상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
형사판례
어린이 환자의 치과 수면마취 중 사망 사건에서 의사의 약물 투여, 응급처치, 설명의무 관련 과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