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1.08.21

민사판례

이미 있는 묘에 배우자를 합장할 수 있을까요?

가족묘를 조성하거나 배우자를 합장하는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타인의 땅에 있는 묘에 배우자를 합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기존 묘의 면적 안에서 합장한다면 토지 소유주의 동의 없이도 가능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분묘기지권이란 무엇일까요?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해당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민법 제279조, 제185조). 쉽게 말해, 내 땅이 아니더라도 조상의 묘를 관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분묘기지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핵심은 분묘기지권이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즉, 단순히 묘가 차지하는 면적뿐 아니라, 묘를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주변 공간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묘에 배우자를 합장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존 묘에 배우자를 합장하는 것은 분묘기지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입니다. 비록 기존 묘의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범위 내라도, 새로운 시신을 묻는 것은 새로운 분묘를 설치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 분묘기지권에는 그 효력이 미치는 지역의 범위 내라고 할지라도 기존의 분묘 외에 새로운 분묘를 신설할 권능은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부부 중 일방이 먼저 사망하여 이미 그 분묘가 설치되고 그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그 후에 사망한 다른 일방을 단분(單墳)형태로 합장하여 분묘를 설치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다29086, 29093 판결)

즉, 이미 있는 묘에 배우자를 합장하려면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단순히 기존 묘의 면적 안에서 합장한다고 해서 토지 소유주의 동의 없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타인 소유의 토지에 있는 묘에 배우자를 합장하고 싶다면 반드시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분묘기지권은 기존 분묘를 관리하고 제사 지내는 권리일 뿐, 새로운 분묘를 설치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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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기지권#신규분묘설치#납골묘#분묘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