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친구의 덤프트럭 때문에 내가 빚을 갚아야 한다고?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까요? 친구가 덤프트럭을 할부로 사면서 보증을 서달라고 해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줬는데, 알고 보니 친구의 친구, 그것도 배우자 명의로 산 덤프트럭 할부금에 대한 보증으로 쓰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 판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친구 박준달은 덤프트럭을 할부로 사면서 저에게 보증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친구를 믿고 보증용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런데 박준달은 제가 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자기 동업자 김수웅의 아내 최현숙이 덤프트럭을 할부로 살 때 보증으로 사용해버렸습니다. 저는 최현숙과는 일면식도 없는데 말입니다. 최현숙이 할부금을 갚지 못하자 보증보험회사는 저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억울한 저는 법원에 호소했습니다. 저는 최현숙의 보증을 선 적이 없으니까요. 법원은 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박준달에게 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준 행위 자체가 박준달에게 대리권을 준 것으로 볼 수 있고, 보증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박준달이 제대로 된 대리권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저는 최현숙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법원은 이 사건을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박준달에게 제 보증을 설 권한을 준 적이 없지만(권한 외의 법률행위), 보증보험회사는 박준달이 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 했습니다(정당한 이유). 결국 저는 박준달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 관리의 중요성
이 사건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얼마나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는 마치 자신의 분신과도 같습니다. 타인에게 함의로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혹시라도 타인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맡겨야 할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반드시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하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다른 용도로 빌려줬는데, 그것이 덤프트럭 할부구입 보증보험의 연대보증에 사용된 경우, 보증보험회사는 빌려준 사람에게 보증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
민사판례
차 할부금 보증을 위해 백지 위임장과 인감도장을 지인에게 맡겼다가, 지인이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차량 구매에 보증을 서도록 한 경우에도 보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
민사판례
소형트럭 할부 구매 보증을 위해 준 인감증명과 인감도장을, 훨씬 비싼 굴삭기 할부 구매 보증에 사용했더라도 보증 효력이 인정된 사례입니다. 법적으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딸이 아버지에게 은행 대출용으로 받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데 사용하고 아버지를 보증인으로 내세웠을 때, 아버지는 원래 허락한 금액 범위 내에서는 보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
상담사례
친구의 덤프트럭 할부 보증을 섰는데, 친구가 제3자에게 트럭과 빚을 넘겼더라도 금융사 동의가 없다면 보증인은 빚을 갚아야 하고, 이후 친구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이혼한 전 남편이 전 부인 몰래 부동산 처분용으로 받았던 인감도장과 위조한 인감증명서를 이용하여 전 부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는데, 법원은 전 부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