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백지어음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백지어음은 금액이나 만기일 등 중요한 내용이 비어있는 어음을 말합니다. 편리하게 쓰일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르는데요, 오늘은 백지어음과 관련된 중요한 법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가요?
쉽게 말해, A가 B에게 백지어음을 줬는데, B가 A와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채워넣고 C에게 넘긴 상황입니다. 억울한 A는 C에게 돈을 갚지 않아도 될까요?
법은 뭐라고 할까요?
이런 경우, 어음법 제77조 제2항과 제10조가 중요합니다. 이 법 조항들은 백지어음을 받은 사람(C)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어음을 받았다면, A는 C에게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란 뭘까요?
대법원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대법원 1978.3.14. 선고 77다2020 판결, 대법원 1995.6.30. 선고 95다10617 판결 참조).
위 사례에서는 원고(은행)가 백지어음의 부당보충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피고의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1995.1.20. 선고 94나1125 판결). 즉, 은행이 단순히 규정을 어기고 담보용 어음을 할인했다는 사실만으로, 또는 어음 수취인이 범죄행위로 처벌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은행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백지어음은 편리하지만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백지어음을 발행할 때는 신중해야 하고, 백지어음을 받을 때는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뜻하지 않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상담사례
백지어음은 보충 전 효력이 없으므로 은행이 지급제시기간을 어겨도 보충되지 않은 백지어음은 지급받을 수 없기에 은행 과실 책임을 묻기 어렵다.
상담사례
날인만 한 백지어음을 분실하면, 악의 없이 그 어음을 취득한 제3자에게 어음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형사판례
액면이 비어있는 어음(백지어음)을 맡기면서 얼마까지 금액을 채워넣을 수 있는지 정해준 경우, 그 한도를 넘어 금액을 채워 쓴 사람은 횡령죄가 아니라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
민사판례
금액이 비어있는 백지어음을 발행할 때는 금액 기재 권한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어음을 받은 사람이 부정한 방법으로 금액이 채워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받았다면, 어음 발행인은 정해진 금액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
상담사례
친구에게 450만원짜리 백지어음을 받았지만 발행인에게 확인하지 않은 '중대한 과실'로 200만원만 받을 수 있게 되어 나머지 250만원은 친구에게 따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상담사례
백지어음으로 임금을 받았지만 부도처리되어 어음금을 받지 못했으나, 원래 받기로 한 임금(원인채권) 청구는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