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9.02.09

민사판례

백지수표 발행,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백지수표(어음)를 발행할 때, 금액을 채워 넣을 권한을 준 사람이 함부로 큰 금액을 적어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번 판례를 통해 백지어음 발행인의 책임 범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B씨에게 1천만원~2천만원 정도의 어음 할인을 부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어음 금액, 발행일, 지급일, 수취인 등을 모두 비워둔 백지약속어음 3장을 B씨에게 건네주면서, 할인받을 금액에 맞춰 내용을 채워 넣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B씨는 A씨를 위해 어음을 할인하지 않고, 자신의 기존 빚을 갚기 위해 C씨에게 어음을 넘겼습니다. B씨는 어음 금액을 1억원 이상으로 부풀려 적었고, 지급일도 조작했습니다. C씨는 어음의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어음을 받았습니다. 결국 C씨는 A씨에게 어음 금액을 청구했고,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 악의/중과실의 의미 (어음법 제10조): 어음을 받은 사람이 백지어음이 부당하게 채워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받았다면 '악의', 조금만 주의했으면 알 수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았다면 '중과실'입니다.

  • 백지어음 보충권의 범위: 백지어음을 발행할 때는 보통 금액을 채워 넣을 권한의 범위를 제한합니다. 즉, 아무 금액이나 적어 넣으라고 백지어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법원 1978. 3. 14. 선고 77다2020 판결)

  • 이 사건에서 C씨의 중과실: C씨는 어음 금액이 과도하게 크고, 지급일이 조작된 흔적이 있으며, B씨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A씨에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C씨는 중대한 과실로 어음을 받은 것입니다.

  • 발행인의 책임 범위 (어음법 제77조 제2항): 어음을 받은 사람이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더라도, 발행인은 자신이 정한 보충권의 범위 내에서는 어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즉, A씨는 B씨에게 1천만원~2천만원 정도의 금액만 채워 넣을 권한을 주었으므로, C씨에게 그 금액까지는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결론

백지어음을 발행할 때는 금액 등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어음을 받는 사람도 금액이나 지급일 등이 이상하다면 발행인에게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C씨가 중과실로 어음을 받았지만, A씨는 자신이 정한 보충권의 범위 내에서는 C씨에게 어음 금액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0600 판결 참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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