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도급 계약에서 수익 계산, 어떻게 할까요? (feat. 한불 조세 협약)

해외 기업과 장기 도급 계약을 맺었다면 세금 계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계약 기간이 여러 해에 걸쳐 있고, 중간에 대금 지급 방식도 복잡하다면 더욱 헷갈리기 쉽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장기 도급 계약에서의 수익 계산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한불 조세 협약과 국내법

한국과 프랑스는 조세 협약을 맺어 이중과세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협약은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낼지에 대한 내용만 있고, 수익을 어느 사업연도에 귀속시킬지는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정부와불란서공화국정부간의소득에대한조세의이중과세회피와탈세방지를위한협약 제7조). 따라서 수익 귀속 시점은 각 나라의 국내법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인세법을 적용합니다 (법인세법 제54조 제1항).

2. 권리의무확정주의 vs. 공사 진행률

법인세법은 기본적으로 **권리의무확정주의(법인세법 제17조 제1항)**를 따릅니다. 즉, 수익과 비용은 권리와 의무가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귀속됩니다. 하지만 장기 도급 계약처럼 공사가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 공사 완료 시점까지 수익을 계상하지 않으면 사업연도별 수익이 불균형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인세법은 장기 도급 계약(2년 이상, 6개월 초과)의 경우 공사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계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구 법인세법 제17조 제8항). 하지만 공사 진행률을 계산하기 어려운 특수한 경우에는 권리의무확정주의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3. 계약별 일괄 인식

장기 도급 계약에서 중요한 점은 수익을 계약별로 일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플랜트 건설 계약에서 설계, 기자재 공급, 감리 등 다양한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면, 각 업무별로 수익을 따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계약을 하나로 보고 수익을 계산해야 합니다. 따라서 공사 진행률 역시 전체 계약에 대해 일괄 계산해야 합니다 (구 법인세법 제17조, 구 법인세법시행령 제37조).

4. 판결 내용 요약

이번 판결에서는 프랑스 기업이 국내 기업과 플랜트 건설 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다루었습니다. 법원은 이 계약이 여러 유형의 급부를 포함하는 하나의 계약이라고 판단하고, 계약 전체에 대한 공사 진행률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계약 전체의 진행률을 계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계약서에 명시된 대금 지급 조건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국세청 플랜트 건설·판매업 과세기준(국1 22630-487, 1988.11.23.) 제2항 가호 단서 내용과도 일치합니다.

결론적으로, 장기 도급 계약에서 수익 계산은 원칙적으로 공사 진행률에 따라 계약별로 일괄 계산해야 하지만, 진행률 계산이 어려운 경우에는 계약서상 대금 지급 조건 등을 고려하여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따라 계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