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6.04.28

민사판례

저축은행의 위험한 약속, 무효일까요?

저축은행은 서민과 소규모 기업의 금융 편의를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입니다. 그런데 만약 저축은행이 다른 사람의 빚에 대한 보증을 서거나 담보를 제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칫 저축은행이 부실해져서 서민들의 돈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에서는 저축은행이 함부로 다른 사람의 빚보증이나 담보 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사례는 바로 이런 저축은행의 빚보증과 관련된 법적 분쟁입니다. 한 저축은행이 복잡한 대출 거래 과정에서 사실상 다른 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약정을 했는데, 이 약정이 유효한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엘림이라는 회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전일상호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엘림은 이미 많은 대출을 받은 상태라 저축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축은행은 케이더블유대부라는 회사를 통해 엘림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즉, 저축은행 → 케이더블유대부 → 엘림으로 돈이 흘러간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 케이더블유대부, 엘림 사이에 맺어진 합의입니다. 만약 엘림이 케이더블유대부에게 돈을 갚지 못하면, 케이더블유대부가 저축은행에 진 빚은 퉁치기로 한 것이죠. 나중에 엘림 대신 동산진흥이라는 회사가 빚을 갚기로 했지만, 동산진흥도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케이더블유대부는 저축은행에 밀린 이자를 갚기 위해 엘로드라는 회사에서 돈을 빌렸고, 저축은행은 엘로드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또 다른 합의를 했습니다. 만약 동산진흥이 돈을 갚지 못하면, 엘로드의 빚 중 일부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전일상호저축은행은 파산했고, 파산관재인은 엘로드에게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심 법원은 엘로드의 빚 일부를 면제해주기로 한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구 상호저축은행법(2010. 3. 22. 법률 제101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 제4호를 근거로, 저축은행이 다른 사람의 빚을 보증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저축은행은 엘로드의 빚을 면제해줌으로써 사실상 동산진흥의 빚을 보증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저축은행이 동산진흥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엘로드의 위험을 떠안은 것이죠. 따라서 엘로드의 빚을 면제해주기로 한 약정은 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199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20224 판결 참조)

결론적으로 이 판례는 저축은행의 채무 보증 금지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서민들의 예금을 보호하고 금융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대법원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복잡한 금융 거래 속에 숨겨진 저축은행의 위험한 약속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참조조문: 구 상호저축은행법(2010. 3. 22. 법률 제101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 제4호, 민법 제105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601 판결(공2004하, 1148),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199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20224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상담사례

저축은행 임원 가족에게 돈 빌려줬는데 못 받으면 어떡하죠? (연대보증의 함정)

저축은행 임원 가족에게 돈을 빌려주고 연대보증을 섰더라도, 임원 대출 금지 규정 위반은 대출 계약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연대보증 책임을 져야 한다.

#저축은행#임원 가족#대출#연대보증

형사판례

저축은행 대출과 배임죄, 알선수재죄

저축은행의 실질적 사주가 부실 대출을 지시하여 배임죄로 처벌받고, 대출 청탁자는 배임죄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 또한, 사업계획서 작성 등 단순히 대출 관련 업무를 도와준 행위는 알선수재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내용.

#저축은행#부실대출#배임죄#공동정범

형사판례

저축은행 임원들의 배임죄, 유죄 확정! 부실 대출의 위험성

저축은행 임원들이 최대주주의 지시에 따라 부실 대출을 실행하고, 대출금을 기존 대출금 변제 등에 사용하여 배임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대출금이 실제로 교부되었다면, 비록 기존 대출금 변제 목적이라도 손해 발생 위험이 존재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저축은행#임원#부실대출#배임죄

형사판례

저축은행 불법대출과 배임죄, 부정수표, 알선수재

회사가 법을 어겨서 돈을 빌리거나 보증을 서도 회사에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면 회사 담당자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부정수표 발행과 알선수재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배임죄#부정수표#알선수재#저축은행

민사판례

빚진 회사가 새로 돈 빌리면서 담보 잡아준 것, 문제될까요?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채무자가 새로운 돈을 빌리면서 담보를 제공했더라도, 새로 빌린 돈과 담보 가치가 비슷하고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의도가 없다면 문제되지 않는다는 판결.

#채무자#담보제공#지급불능#채권자

형사판례

저축은행 임원의 대출 승인과 배임죄

저축은행 임원이 아파트 시공업체에 대한 대출한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담보도 부실하게 확보한 채 거액을 대출해준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대출금 일부가 회수되었다 하더라도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했으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저축은행#임원#부실대출#업무상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