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난초, 벤자민이 갑작스런 정전으로 동해를 입었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오늘은 전신주를 들이받아 정전을 일으킨 트럭 운전자와 한국전력공사의 책임 여부를 다룬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전말
한 트럭 운전자가 주차를 하다가 실수로 전신주를 들이받았습니다.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전선이 끊어졌고, 그 결과 인근 비닐하우스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주인은 전기온풍기로 난방을 하고 있었는데, 정전 때문에 온풍기가 멈춰 작물들이 추위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주인은 트럭 운전자와 한국전력공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트럭 운전자의 책임: 법원은 트럭 운전자의 과실로 전신주가 파손되고 정전이 발생한 것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작물 피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전신주를 들이받으면 전기가 끊길 수 있다는 것은 예상 가능하지만, 그로 인해 비닐하우스 작물이 얼어 죽을 것이라는 사정까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393조, 제763조 참조) 트럭 운전자가 비닐하우스의 존재나 난방 방식 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만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죠. (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5369 판결,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트럭 운전자가 그런 사정을 알았다고 보기 어려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른 비닐하우스들은 1시간 만에 전기가 복구되어 피해가 없었던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작물 피해는 장시간 방치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죠.
한국전력공사의 책임: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규정에는 전기 공작물 고장 등으로 전기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호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한국전력공사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89. 4. 25. 선고 87다카2792 판결,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다10774 판결 참조) 또한, 이 면책 조항이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한국전력공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를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 제2항,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45261, 45278 판결,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3다39942 판결 참조) 따라서 한국전력공사에도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결론
이 사건은 전기 공급 중단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와 한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특히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급자의 면책 조항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민사판례
공장지대에서 전신주를 들이받아 인근 공장에 정전을 일으킨 경우, 예측 가능한 직접적인 피해(기계 고장 등)는 배상해야 하지만, 간접적인 피해(영업 손실 등)는 사고 당시 예측 가능성이 인정되어야 배상 책임이 있다.
상담사례
트럭 운전자의 과실로 시작된 사고지만, 예측 불가능한 연쇄 작용으로 발생한 공장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트럭 회사, 버스 회사, 한국전력공사에게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특히 버스 회사와 한국전력공사의 책임은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상담사례
한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정전이 아닌 경우 (예: 제3자 교통사고로 인한 전신주 파손), 한전은 면책 조항에 따라 정전 피해 보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민사판례
트럭 운전자의 과실로 버스와 충돌하여 버스가 전주를 들이받아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트럭 회사, 버스 회사, 그리고 한국전력공사 모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사례.
민사판례
폐광된 광산에 연결된 고압선에 앉은 새를 잡으려다 감전 사고를 당했더라도, 한전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상담사례
이삿날 고가 사다리가 고압선에 닿아 발생한 감전사고에서, 법원은 한전이 법정 이격거리를 준수했더라도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한 안전조치(예: 위험 표지판 설치)를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