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3.06.29

민사판례

새 잡으려다 감전된 사고, 한전 책임 없을까?

고압 전선에 앉은 새를 잡으려다 감전 사고가 발생했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전기 공급자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게도 책임이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광업소는 폐광이 결정되면서 한전과 맺었던 전력수급계약을 해지했습니다. 한전은 계약 해지에 따라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전선 자체를 절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한 남성이 폐광된 광업소 근처 야산에서 고압 전선에 앉은 새를 잡으려다 감전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3m 길이의 철근으로 새를 맞추려다 철근이 전선에 닿아 감전된 것입니다. 이 남성은 한전이 전선을 절단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한전에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남성의 감전 사고와 한전의 과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한전이 전선을 절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그 잘못이 감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판단 이유

  1. 예측 가능성: 한전은 일반인이 높이 8m의 고압 전선에 앉은 새를 잡기 위해 철근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한전이 이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까지 예견하고 대비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입니다.

  2. 피해자의 과실: 법원은 남성이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한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고압 전선은 위험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며, 남성은 이를 인식하고도 철근을 사용하는 무모한 행동을 했습니다.

관련 법 조항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민법 제763조 (피용자의 불법행위와 사용자의 배상책임)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는 사용자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민법 제758조 (공작물 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전기는 공작물인가?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전기 그 자체는 민법 제758조에서 말하는 '공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8조는 인공적인 작업으로 만들어진 물건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는데, 전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한전과 같은 전기 공급자의 안전 관리 의무와 그 범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위험한 행동에 대한 개인의 책임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1993.1.27. 선고 92나43212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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