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다가 예기치 못한 심정지로 뇌손상을 입고 전신마비가 된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런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 측과 병원 측 중 누가 사고의 원인을 밝혀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알기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환자는 목 뒤에 생긴 혹을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수술 전 검사에서는 지방종 외 다른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과거 신경성 인두증세와 알레르기성 기관지염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었습니다. 의료진은 전신마취 후 수술을 진행했는데, 마취 시작 약 20분 후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응급조치 후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의료진은 별다른 추가 조치 없이 수술을 재개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뇌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 구음장애, 정신질환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되었습니다.
쟁점: 인과관계 입증 책임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의료사고와 환자의 뇌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누가 입증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 측이 의료진의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신마취와 같이 전문적인 의료행위의 경우, 환자 측이 의학적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하여 환자 측의 입증 책임을 완화했습니다. 즉, 환자 측이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입증하면, 의료진이 반대로 의료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진의 과실: 환자 측은 의료진이 일반인의 상식으로 판단했을 때 과실을 범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이 수술 전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마취 중 심전도 감시 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점, 심정지 발생 후 원인을 밝히지 않고 수술을 재개한 점 등이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750조 참조)
다른 원인 배제: 환자 측은 의료행위 이전에 해당 결과를 초래할 만한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환자의 기존 질병이 심정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사실이 입증되면, 의료진이 환자의 손상이 자신의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예: 환자의 특이 체질)에 의한 것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의료진이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의료 과실과 환자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되어 병원 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사소송법 제261조(자백의 간주) 당사자가 변론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때에는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 다만,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그 사실을 다투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 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다57701 판결
이 판례는 전신마취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서 환자 측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여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판례로 평가됩니다.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부족한 환자에게 과도한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며,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원리에도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사판례
발목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던 환자가 기관지 경련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마취 전 의사의 환자 상태 확인 의무와 기관지 경련 예방 조치에 대한 심리가 미흡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도록 했습니다.
민사판례
환자가 망막박리 수술 후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뇌손상을 입었는데, 법원은 이것이 의사의 마취 과정 중 과실과 그 후 처치 미흡으로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교통사고로 다쳐 병원 치료 중 의료사고로 사망한 경우, 교통사고 가해자와 병원 모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
민사판례
목 수술 후 사지마비가 온 환자에게 수술을 집도한 의사의 과실이 추정된다는 판결입니다. 환자 측이 의사의 과실 가능성과 수술 외 다른 원인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의사 측에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의사가 진료기록을 변조한 것은 입증방해 행위로 간주되어 의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의료사고에서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의사의 과실 가능성이 있는 행위와 그 결과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의사 측에서 반증하지 않는 한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판례입니다. 또한 여러 의사의 과실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관련 의사 모두에게 공동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산재사고 후 의료사고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 산재사고와 의료사고 모두 손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민사판례
의사의 과실이 의심되고 그 과실이 환자의 손해를 일으킬 개연성이 있다면, 의사가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