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2.02.25

민사판례

정기용선계약에서 용선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해상 운송에서 종종 듣는 '정기용선'이란 배를 빌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배를 빌린 용선자는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동남아해운(주)는 일시적인 선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파라마운트사로부터 '폴사도스호'를 3개월간 빌렸습니다 (정기용선계약). 이 배에 실린 화물이 운송 중 파손되었고, 화물의 보험사인 동양화재해상보험(주)는 피해를 보상한 후 동남아해운(주)에 구상권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핵심 쟁점은 동남아해운(주)처럼 배를 빌린 정기용선자가 화물 손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동남아해운(주)는 자신은 배를 빌렸을 뿐, 실질적인 운송 책임은 배 소유자인 파라마운트사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구나 용선계약서에는 '이 계약은 선박임대차로 해석되지 않는다'라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정기용선자인 동남아해운(주)에게 화물 손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실질적인 지배: 동남아해운(주)는 선장과 선원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대리점을 통해 선하증권도 발행했습니다. 즉, 배를 빌렸을 뿐이라도 실질적으로 배를 운영하고 이익을 얻는 주체였습니다.
  • 제3자 보호: 화물 소유주 등 제3자 입장에서는 누가 배의 실질적인 운영자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 겉으로 보기에 배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기용선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합니다.
  • 계약서 조항의 한계: 용선계약서에 '선박임대차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이는 배 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의 내부적인 약속일 뿐 제3자에게는 효력이 없습니다.

관련 법 조항 및 판례

  • 상법 제766조: 선박임차인은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선박을 항해에 사용하는 경우 선박의 이용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제삼자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
  • 민법 제105조 (임대인의 의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기간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대법원은 상법 제766조를 유추 적용하여 정기용선자도 선박임차인과 유사한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배를 빌린 사람이라도 실질적인 운영자라면 화물 손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정기용선계약에서 용선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배를 빌리는 사람은 계약서 내용뿐 아니라 실제 운영 상황까지 고려하여 책임 소재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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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용선#운송책임#위험물#운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