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8.08.21

일반행정판례

배 빌린 사람에게 무조건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 정기용선과 해양사고 책임에 대한 이야기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배를 소유한 선주일까요, 아니면 배를 빌려 쓴 용선자일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정기용선계약에서 해양사고 발생 시 용선자에게 안전의무 위반을 이유로 시정권고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건의 개요

한 건설회사(원고)는 항만 공사를 위해 예인선과 부선을 임대했습니다. 이 배들은 선주가 아닌 다른 회사들로부터 각각 빌린 것이었고, 계약서에는 선원들도 함께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예인선이 부선을 끌고 항구로 돌아가던 중, 악천후 속에서 무리한 출항을 강행하다가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해양안전심판원(피고)은 건설회사가 선박 운항자로서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시정을 권고했습니다. 건설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건설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 정기용선계약의 특징: 이 사건의 임대차계약은 단순한 선박 임대가 아닌, 정기용선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기용선계약에서는 선박의 운항과 관리는 선주가 책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 해심법과 상법의 차이: 해양사고 발생 시 해양안전 확보를 위해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해심법)에 따라 시정권고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는 상법과는 그 목적이 다릅니다. 상법상 책임이 없더라도 해심법에 따라 시정권고를 할 수는 있지만, 용선자에게 안전의무를 기대할 수 없거나 안전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까지 시정권고를 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 용선자의 안전의무: 이 사건에서 건설회사는 선장의 출항 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출항 시점의 기상 상황 판단 등은 전문적인 해기사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작업반장이 출항을 만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건설회사에게 안전관리 의무 위반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선장의 자격 적격 여부 확인 의무까지 용선자에게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관련 법 조항

  •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해양사고의 원인의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권고를 할 수 있다.
  • 상법 제843조 (정기용선자의 선원에 대한 감독권)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항해에 관하여 선원을 지휘할 수 없다.

결론

이 판례는 배를 빌려 쓴 사람에게 무조건 해양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정기용선계약에서는 선박 운항과 관리에 대한 책임이 원칙적으로 선주에게 있다는 점, 용선자에게 안전의무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시정권고가 위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양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판단할 때는 계약의 종류와 당사자의 역할, 그리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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