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후 부당징계 구제 신청, 받아들여질까?

직장에서 징계를 받았는데 뭔가 억울하다!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구제신청을 하려는 찰나,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부당징계 구제신청이 가능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항만공사 직원(원고)이 자회사에 파견 근무 중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정년퇴직을 했죠. 이 직원은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이미 정년퇴직했기 때문에 구제받을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이 기각되었습니다. 이에 불복하여 소송까지 진행되었는데, 원심에서는 구제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구제신청 당시 근로자 지위 상실 시 구제이익 소멸

대법원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퇴직이나 근로계약 만료 등으로 근로자 지위를 상실한 경우,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해고뿐 아니라 정직 등 다른 징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구제제도의 취지: 부당해고 구제제도는 사용자의 부당한 제재 처분으로부터 근로자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미 근로자 지위가 없는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납니다.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 근로기준법(제2조 제1항 제1호)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합니다. 구제신청 당시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되었다면 더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기에 구제신청 권리가 없습니다. (관련 조문: 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
• 사용자에게 과도한 의무 부과 방지: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공법상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미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도 구제이익을 인정하면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 구제신청 이전과 이후의 구분: 대법원은 구제신청 이전에 근로자 지위를 상실한 경우와 이후에 상실한 경우를 구분하여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의 존부를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구제절차 진행 중 정년퇴직 등으로 근로자 지위를 상실한 경우에는 임금 상당액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와는 다른 판단입니다.
• 근로기준법 개정의 의미: 2021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구제절차 도중 근로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도 임금 상당액 지급을 명할 수 있게 되었지만(제30조 제4항), 이는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관계가 소멸한 경우까지 구제이익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결론

억울한 징계를 받았더라도 정년퇴직 후에는 부당징계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징계에 대한 구제신청은 근로자 신분일 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판례를 통해 구제신청 시점과 근로자 지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