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1.08.12

민사판례

정수기 설치·점검 기사, 근로자인가 아닌가?

정수기 회사와 계약을 맺고 설치, 점검, 수리를 하는 기사들은 근로자일까요, 아닐까요? 단순히 계약서에 '용역'이라고 쓰여 있다고 해서 무조건 근로자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정수기 설치·점검 기사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정수기 회사(피고)와 용역계약을 맺고 정수기 설치·점검·수리 업무를 하는 기사들(원고)이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근로자로 인정했고, 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원고들을 근로자로 인정했습니다.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서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관계를 봐야 한다는 것이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 회사의 지휘·감독: 회사는 고객의 서비스 요청을 배정하고, 처리 결과를 보고받았습니다. 또한 용모, 복장, 고객 응대 요령, 제품 설치 방법 등에 대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지사를 통한 업무지시, 집체교육, 업무평가 등을 통해 기사들의 업무 수행에 관여했습니다.
  • 업무 수행의 종속성: 기사들은 업무에 필요한 물품과 사무 공간을 회사로부터 제공받았고, 업무를 제3자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수수료 역시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되었으며, 개별적인 영업활동에 따른 수수료는 없었습니다.
  • 계약의 계속성: 기사들은 최초 용역계약 이후 계속해서 계약 기간을 갱신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기사들이 회사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무시간과 장소에 대한 구속이 엄격하지 않더라도, 업무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기사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사실은,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관련 법 조항 및 판례

  •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근로자성 판단 기준 제시

결론

이 판례는 계약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관계를 통해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겉으로는 용역계약처럼 보이더라도,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다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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