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족보 기재 내용을 둘러싼 분쟁이 법정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족보에 시조의 부에게 다른 친자가 있는 것으로 기재된 것이 종중의 명예를 훼손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어떤 종중(이하 '신청인 종중')의 시조는 계자(系子), 즉 양자로 들어온 자손입니다. 그런데 상급 대종중에서 새로 만드는 족보(대동보)에 신청인 종중 시조의 부에게 다른 친자가 있는 것으로 기재하려 하자, 신청인 종중은 이것이 종중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족보 등록 및 신청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쉽게 말해, 신청인 종중은 "우리 시조는 양자로 들어왔는데, 족보에 마치 친자처럼 기재되면 우리 종중의 위신이 떨어진다!"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신청인 종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종중도 마찬가지입니다. (민법 제764조) 단순히 주관적으로 명예감정이 상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과거 유사한 판례 (대법원 1990. 2. 27. 선고 89다카12775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756 판결) 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족보에 시조의 부에게 다른 친자가 있다고 기재되더라도, 신청인 종중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종중의 존립 기반이 부정당하거나 혈연관계 없는 남의 조상을 모시는 종중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종중의 위상에 외형적인 변화가 생길 뿐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대한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강폭을 방지하기 위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714조 제2항) 법원은 이 사건에서 신청인 종중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정도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워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결론
족보 기재 내용이 달라진다고 해서 무조건 종중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평가가 실제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어야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판례는 족보를 둘러싼 종중 간의 분쟁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민사판례
다른 종중의 족보에 우리 종중 조상의 대수를 낮추어 기록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발행했더라도 우리 종중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다.
민사판례
김녕김씨 충의공파 대종회(원고)는 경주김씨 백촌공파종중(피고)이 발간한 대동보에 자신들의 선대 기록이 누락되어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대동보에 모든 파계가 수록되어야 하므로 특정 파계의 누락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적시된 내용의 진실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민사판례
단순히 족보 내용 변경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지만, 족보 기재와 관련하여 법적 효력을 가진 약정이 있다면 그 약정 위반에 대한 소송은 가능하다.
민사판례
족보 내용 변경·삭제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이익이 없어 소송 대상이 안 되며, 주관적인 명예감정 침해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민사판례
종중이 학교법인을 설립하면서 종중 회장 개인을 설립자로 하여 허가를 받았다면, 학교에서 발행한 책자에 설립자를 그 개인으로 표기했다고 해서 종중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다.
가사판례
족보는 조작된 정황이 없다면 혈통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로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