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특히 파생상품 투자는 복잡한 시스템과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거래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만약 프로그램 오류로 큰 손해를 봤다면, 거래를 취소하고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증권사는 B 회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했습니다. 그런데 B 회사 직원이 프로그램에 이자율 설정 값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시장 가격과는 동떨어진 가격으로 C 외국 법인과 여러 건의 거래가 체결됐습니다. A 증권사는 큰 손해를 입게 되자, "착오"를 이유로 거래 취소와 손해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쟁점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 증권사의 거래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중대한 과실: 민법 제109조 제1항에 따르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지만,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A 증권사가 금융투자업자로서 거래 시스템에 호가를 입력하기 전 적합성을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고, 투자매매업자가 아닌 B 회사 직원에게 호가 입력을 맡긴 점 등을 고려할 때, A 증권사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09조 제1항, 자본시장법 제42조 제4항,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 나목 참조)
착오 이용 여부: 대법원은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판단할 때에는 시장 상황, 거래 관행, 거래량, 호가 제출 순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호가가 시장 가격과 차이가 난다는 사실만으로는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C 법인은 시장 개장 전에 이미 호가를 제출한 부분이 많았고, 개장 후 제출한 호가도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C 법인은 이 사건 거래일 전후로 동일한 방식으로 거래를 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C 법인이 A 증권사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판례: 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결론
프로그램 오류로 손해를 봤더라도, 자신의 '중대한 과실'이 있고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거래를 취소하기 어렵습니다. 복잡한 파생상품 투자 시에는 더욱 신중하게 거래해야 하겠습니다.
상담사례
증권사 시스템 오류로 풋옵션 매도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투자자가 이를 악용해 거래를 진행한 경우, 시스템 오류가 있었더라도 투자자의 의도적인 거래이므로 증권사의 배상 책임은 없다.
민사판례
주식 투자자가 주문 입력 실수로 큰 손해를 봤더라도, 상대방이 그 실수를 알고 이용했다면 매매 취소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 일반적인 계약과 마찬가지로 주식 거래에도 민법상 착오 취소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함.
민사판례
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동의 없이 과도하게 주식 거래를 하는 '과당매매'를 할 경우, 증권사는 고객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 판례는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거래 수수료만 배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당매매가 없었을 경우의 예상 수익과 실제 수익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사판례
금융투자회사가 직원의 실수로 주가지수옵션 거래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은 사건에서, 법원은 직원의 실수가 중대한 과실이었고 상대방이 이를 악용했다고 보기 어려워 거래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국거래소의 관리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사판례
고객에게 투자를 일임받은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의 이익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잦은 주식 거래(과당매매)를 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증권회사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때 손해배상 범위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정해지며, 고객이 거래내역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상담사례
증권사 직원의 투자 권유로 손실을 입더라도, 직원의 위법행위 (투자자 상황 고려 부족, 위험성 미고지 등) 여부에 따라 배상 가능성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