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휘발유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이를 두고 몇몇 정유사들이 담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결국 법정 다툼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공동행위 합의 추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유가 자유화 이후 제주도의 여러 정유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휘발유 가격을 동일하게, 혹은 아주 작은 차이만 두고 조정했습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들이 담합하여 가격을 조정했다고 판단하고 제재를 가했습니다. 정유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죠.
쟁점: 정말 담합이었을까?
핵심 쟁점은 '정유사들이 진짜로 담합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원은 '공동행위 합의 추정'이라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공동행위 합의 추정이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9조 제5항)
쉽게 말해, 여러 사업자가 비슷한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이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면, 굳이 직접적인 담합 증거가 없더라도 담합이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검찰이 범죄를 입증하는 것처럼, 공정위가 모든 증거를 완벽히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이 경우, 담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업자들이 스스로 담합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정유사들이 제주도 휘발유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고, 휘발유는 가격 외에 차별화 요소가 적은 상품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 변동의 유사성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정유사들은 담합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결국 패소했습니다.
담합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까?
만약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업자가 있다면, 어떻게 담합 의혹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가격 변동이 정말 '독립적인 경영 판단'의 결과인지, 아니면 '은밀한 합의'의 결과인지 판단하는 것이죠.
관련 법조항 및 판례
이처럼 '공동행위 합의 추정'은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리입니다. 비슷한 사업자들이 비슷한 행동을 할 때, 그것이 담합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위에서 설명한 내용들을 참고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형사판례
과점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가 가격을 먼저 정하고 다른 경쟁 사업자들이 그 가격을 따라가는 관행이 오래 지속되면, 직접적인 의사 연락의 증거가 없어도 암묵적인 가격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일반행정판례
여러 사업자가 비슷하게 가격을 올렸다면, 담합했다고 추정하는 공정거래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입니다. 사업자는 담합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하지만, 이것이 과도한 부담은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정유사들이 담합하여 경유 가격을 올린 사건에서, 법원은 경유 구매자들이 손해를 입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손해액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합리적인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반행정판례
여러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담합하여 가격 경쟁을 피했다는 혐의에 대해, 일부는 담합으로 인정되었지만 일부는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이 같아진 것으로 보아 담합이 아니라고 판결한 사례입니다.
민사판례
정유사들의 경유 가격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손해액 입증이 어려운 경우라도 법원이 적극적으로 손해액 산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특히 담합 기간 중 경유를 구매한 사실이 인정되는 원고들에 대해서는, 손해액 산정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법원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행정판례
1998년 맥주 3사(하이트, 오비, 진로쿠어스)가 동일한 비율로 맥주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는 담합이 아닌 정부(재정경제원, 국세청)의 가격 인상 통제 및 지도에 따른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