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3.12.12

일반행정판례

주유소 휘발유 가격, 담합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 공동행위 합의 추정에 대한 이야기

제주도에서 휘발유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이를 두고 몇몇 정유사들이 담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결국 법정 다툼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공동행위 합의 추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유가 자유화 이후 제주도의 여러 정유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휘발유 가격을 동일하게, 혹은 아주 작은 차이만 두고 조정했습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들이 담합하여 가격을 조정했다고 판단하고 제재를 가했습니다. 정유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죠.

쟁점: 정말 담합이었을까?

핵심 쟁점은 '정유사들이 진짜로 담합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원은 '공동행위 합의 추정'이라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공동행위 합의 추정이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9조 제5항)

쉽게 말해, 여러 사업자가 비슷한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이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면, 굳이 직접적인 담합 증거가 없더라도 담합이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검찰이 범죄를 입증하는 것처럼, 공정위가 모든 증거를 완벽히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이 경우, 담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업자들이 스스로 담합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정유사들이 제주도 휘발유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고, 휘발유는 가격 외에 차별화 요소가 적은 상품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 변동의 유사성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정유사들은 담합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결국 패소했습니다.

담합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까?

만약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업자가 있다면, 어떻게 담합 의혹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 시장의 특성과 현황, 상품의 속성, 유통구조
  • 각 기업의 시장 점유율, 가격 변화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
  • 기업들의 개별적인 경영 상황과 판단의 정당성
  • 기업 간 직접적인 의사 교환 여부, 우연의 일치 가능성
  • 과정의 가격 모방 경험이나 법 위반 전력 등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가격 변동이 정말 '독립적인 경영 판단'의 결과인지, 아니면 '은밀한 합의'의 결과인지 판단하는 것이죠.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9조 제1항, 제5항
  •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두1239 판결 등

이처럼 '공동행위 합의 추정'은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리입니다. 비슷한 사업자들이 비슷한 행동을 할 때, 그것이 담합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위에서 설명한 내용들을 참고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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