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는 분쟁 당사자들이 법원 소송 대신 제3자인 중재인의 판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중재인이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면, 중재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겠죠?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22800 판결)에서 이와 관련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사건의 개요: 국가와 건설회사 사이에 중재 사건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재인으로 선정된 변호사가, 중재 절차 도중에 상대편(건설회사) 대리인의 의뢰를 받아 다른 중재 사건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새로 수임한 사건은 기존 중재 사건과 사실상, 법률상 쟁점이 거의 동일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국가는 중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중재인이었던 변호사가 상대편 대리인의 의뢰로 유사 사건을 수임한 행위는 중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인과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중재인으로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진행 중인 중재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상대편 대리인으로부터 수임하는 것은 중재인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이러한 경우 중재판정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적 근거: 이 판결은 구 중재법(1999. 12. 31. 법률 제608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1항 제1호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중재인의 선정 또는 중재절차가 이 법이나 중재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때"에는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중재인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 조항에 따라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또한, 구 상사중재규칙(2000. 4. 27. 대법원 승인으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26조 제1항,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현행 제41조 참조), 제39조(현행 제43조 참조)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이 판결은 중재인의 공정성과 독립성 유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사례입니다.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는 당사자들은 중재인 선정 및 절차 진행에 있어 이러한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민사판례
계약서에 명시된 중재인 선정 방식과 다르게 중재인이 선정되었더라도, 당사자들이 중재 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진행했다면 나중에 중재 판정을 취소할 수 없다.
민사판례
중재인이 스스로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여 중재신청을 각하한 경우, 그 판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민사판례
중재인이 공정성에 의심을 살 만한 사유가 있더라도, 당사자가 해당 사유를 알고도 기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없다. 특히, 중재인과 상대방 대리인이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중재판정 취소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
민사판례
중재판정에 이유가 없거나 불명확하여 판단 근거를 알 수 없을 때, 또는 이유에 모순이 있을 때에만 취소 사유가 됩니다. 단순히 판단이 부당하거나 불완전한 것은 취소 사유가 아닙니다.
민사판례
중재 사건에서 당사자 대신 대리인을 심문해도 유효하며, 중재 판정의 이유는 어떻게 판단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고, 법원이 당사자 주장에 대한 판단을 했으면 설령 이유가 부족하더라도 판단 유탈이 아니다.
민사판례
중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더라도, 그 절차를 바로 중단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은 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중재판정이 나온 후에 그 판정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