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2.07.28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와 구청장의 권한 다툼, 그 승자는?

최근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의회와 구청장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생기는 것이죠. 오늘은 동네 자치위원회 구성과 주택건설사업 관련 조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회와 구청장의 권한 다툼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서구의회는 동 정자문위원회를 동 정자치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위원 위촉 시 구의원과 협의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과 주택건설사업계획입지심의회 운영 조례 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서구청장은 이 조례안들이 위법하다며 재의를 요구했고, 의회가 원안대로 재의결하자 결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쟁점별 분석

  • 쟁점 1: 구의원의 권한 범위

법원은 지방자치법상 의회의 권한은 의원 개개인의 권한이 아니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의원은 의회 활동에서 발언권, 표결권 등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의회 의결과 무관하게 개인 자격으로 구청의 사무 집행에 간섭할 권한은 없다는 것입니다. (지방자치법 제35조, 제36조, 제37조의2, 제94조, 제96조, 제98조)

  • 쟁점 2: 자치위원 위촉 시 구의원 협의 의무화

법원은 자치위원 위촉은 동장의 권한인데, 구의원과 협의하도록 의무화한 조례는 동장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의회가 구청의 인사권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죠. (지방자치법 제15조)

  • 쟁점 3: 구의원의 심의 요구

반면, 구의원이 자치위원회에 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동장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주민의 이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의원이 심의를 요구하는 것은 의회 본연의 역할에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지방자치법 제15조)

  • 쟁점 4: 위원회 명칭 변경

구청장은 자문위원회 명칭을 자치위원회로 변경한 것도 문제 삼았지만, 재의 요구 당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은 이 부분을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지방자치법 제159조)

  • 쟁점 5: 일부 위법 시 전체 효력

법원은 조례의 일부만 위법하더라도 전체 조례의 효력을 부인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일부만 무효로 하면 의회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법 제159조)

  • 쟁점 6: 주택건설사업 관련 조례 제정 권한

법원은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은 국가사무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자체는 자치사무와 단체위임사무에 대해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지방자치법 제9조, 제15조, 제93조, 주택건설촉진법 제33조, 제50조)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의회와 구청장의 권한 분배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주민을 위한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의회와 구청장의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각 기관의 권한을 존중하고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의회와 구청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관계 속에서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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