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업체 선정 대가? 이것도 뇌물일까? -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

아파트 개발 사업에서 철거업체 선정 과정은 복잡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만약 철거업체 선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 특정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면, 이는 뇌물일까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배임수재죄의 핵심 요소인 '부정한 청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아파트 개발 사업 시행사로부터 철거업체 선정 권한과 함께 명도·이주 업무를 위임받았습니다. A씨는 B 철거업체와 'B가 철거업체로 선정되면 하도급 대금 일부를 A에게 지급한다'는 약정을 맺었습니다. 이후 A씨는 B를 철거업체로 선정했고, 검찰은 A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쟁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가?

배임수재죄(형법 제357조 제1항)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이익을 취득했을 때 성립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와 B 철거업체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배임수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행사는 A씨에게 철거업체 선정 권한을 주면서 동시에 명도·이주 업무도 위임했습니다. 그리고 A씨가 철거업체로부터 명도·이주 업무의 대가를 받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 A씨와 B 철거업체의 약정은 시행사의 양해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즉, 시행사는 B 업체가 A씨에게 하도급 대금 일부를 지급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용인했습니다.
• 따라서 B 업체가 A씨에게 철거업체로 선정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단순히 시행사가 허용한 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것에 불과합니다. 이를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핵심: 정상적인 업무 범위 & 시행사의 양해

이 판례의 핵심은 '정상적인 업무 범위'와 '시행사의 양해'입니다. A씨의 명도·이주 업무 및 그에 대한 대가 수수는 시행사가 허용한 범위 내에 있었고, B 업체의 부탁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A씨가 받은 돈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정당한 업무 처리의 대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57조 제1항
• 대법원 1982년 9월 28일 선고 82도1656 판결
• 대법원 2006년 11월 23일 선고 2006도906 판결

이처럼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정한 청탁'이라는 핵심 요소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판례는 '부정한 청탁'의 의미를 명확히 해주는 중요한 판례로, 유사한 상황에서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