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고죄 고소기간 지나면 무고죄 아니다?!

무고죄, 들어보셨나요?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거짓으로 신고하는 죄입니다. 그런데 만약 거짓 신고한 죄가 '친고죄'이고, 이미 고소 기간이 지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런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여성(피고인)이 과거에 자신을 강간했다며 남성(공소외인)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고소 내용을 보니, 이미 강간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년이나 지나 고소 기간이 훌쩍 넘어간 뒤였습니다. 검찰은 여성을 무고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왜 무고죄가 아닐까요?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거짓 신고로 인해 국가기관의 직무가 방해될 위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여성이 고소한 죄는 '친고죄'였고, 고소기간도 이미 지나버렸습니다. 친고죄는 피해자만 고소할 수 있고, 고소 기간도 정해져 있는 죄입니다. 고소기간이 지나면 아예 고소 자체가 불가능해지죠. 즉, 고소기간이 지난 친고죄를 신고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수사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직무를 방해할 위험이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에서 여성의 고소 내용 자체만으로도 고소기간이 지났다는 사실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성은 고소장에 자신과 남성이 같은 초등학교 교사였다고 적었고, 이를 통해 강간 사건 발생 시점과 범인을 알게 된 시점을 특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성은 고소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여성의 고소가 고소기간이 지난 후 제기된 것이 명백하고, 설령 고소 내용이 허위라 하더라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445 판결
• 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도2919 판결 외 다수

이번 판례를 통해 친고죄 고소기간의 중요성과 무고죄 성립 요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거짓 신고는 옳지 않지만, 모든 거짓 신고가 무고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