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2.05.24

형사판례

컴퓨터 비밀번호 설정과 하드디스크 분리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

재건축 조합장 A씨는 자신에 대한 감사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조합 사무실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하드디스크를 분리해서 보관했습니다. 이로 인해 조합 업무가 마비되었고, A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과연 A씨의 행위는 어떤 업무방해죄에 해당할까요? 그리고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한 '고의'란 무엇일까요? 오늘은 이 사례를 통해 업무방해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쟁점 1: 일반 업무방해죄 vs.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

A씨의 행위는 단순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일까요, 아니면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2항)일까요? 원심은 A씨의 행위를 '위력'에 의한 일반 업무방해죄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손괴하거나, 허위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장치에 장애를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하는 죄입니다. (형법 제314조 제2항)

대법원은 A씨가 비밀번호 설정 및 하드디스크 분리를 통해 조합의 정보처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비밀번호 설정은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 입력'에 해당하고, 하드디스크 분리는 '손괴'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도631 판결 참조)

비록 원심이 법 조항을 잘못 적용했지만, 두 조항의 법정형이 같기 때문에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741 판결 참조)

쟁점 2: 업무방해죄의 고의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고의'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반드시 업무방해를 계획했어야만 하는 걸까요?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하면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확정적인 고의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3044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참조)

A씨의 경우, 감사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컴퓨터를 조작했으므로 업무방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됩니다.

쟁점 3: 정당행위 여부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행위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중요한 자료의 훼손을 막는 것을 넘어 조합의 업무를 방해할 의도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참조)

결론

A씨의 행위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고, 업무방해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며,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A씨는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이 사례를 통해 컴퓨터 등을 이용한 업무방해 행위가 엄격하게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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