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퇴사하는 시스템 관리자가 후임에게 메인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중요한 시스템 접근을 막아 업무에 지장을 준 것 같지만, 법적으로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번 판례(서울지법 2002. 1. 23. 선고 2001노10519 판결)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2항)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법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합니다. 즉, 단순히 업무가 방해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컴퓨터 자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메인 컴퓨터의 비밀번호는 시스템 관리자가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한 보안 수단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행위 자체가 컴퓨터의 작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비밀번호를 몰라서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컴퓨터 자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접근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건물의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아서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열쇠가 없다고 해서 건물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죠. 마찬가지로 비밀번호를 모른다고 해서 컴퓨터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단순히 메인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행위만으로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판례의 핵심입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시스템 접근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면 다른 죄가 성립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비밀번호 미제공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형사판례
권한이 없는 사람이 컴퓨터 시스템의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하면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형사판례
재건축조합 조합장이 감사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조합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하드디스크를 분리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사판례
권한 없이 웹서버 관리자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행위는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직원이 퇴사하면서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가지고 나갔더라도, 회사가 그 자료를 비밀로 관리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는다.
형사판례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를 조작하기 위해 허위 클릭 정보를 전송하는 행위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실제 검색 순위 변동이 없었더라도 허위 정보가 시스템에 반영되어 정보처리에 장애를 일으켰다면 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회사 운영권 양도·양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의 효력이나 실제 양도 여부에 대한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양수인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임원변경등기를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는 양수인이 회사 대표이사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시작했다거나, 양도인의 행위가 양수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례입니다. 즉, 진정한 업무 양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양도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