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9.06.23

일반행정판례

통신사들의 시내전화 요금 담합, 정당한 행위일까?

오늘은 통신사들의 시내전화 요금 담합에 대한 흥미로운 법정 공방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KT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 벌어진 이 사건은 '정당한 행위'의 경계를 묻는 중요한 판례를 남겼습니다.

사건의 발단: 번호이동성 제도와 담합의 그림자

2003년 하반기, 시내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KT는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했습니다. 경쟁사인 하나로텔레콤으로 고객이 이동하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었죠. 이에 KT는 하나로텔레콤과 은밀한 합의를 맺습니다. 가입비, 기본료, 통화료 등 시내전화 요금에 대한 담합이었죠. 공정위는 이를 불법적인 담합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KT의 주장: 정부의 행정지도 따른 정당한 행위

KT는 정부(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요금 협의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이는 공정거래법 제58조에 명시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의 지도를 따른 것이니 불법이 아니라는 논리였죠.

법원의 판단: 정부 지도와 무관한 자발적 담합

그러나 법원은 KT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강제성이 없었고, 실제 담합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도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오히려 KT가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으로 인한 손실을 막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담합을 주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누150 판결,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7두19584 판결 등에서 말하는 '정당한 행위'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었죠. 즉,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쟁 제한성과 부당성: 가격 담합의 폐해

법원은 또한 이 담합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는 가격 경쟁을 없애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법원 2002. 3. 15. 선고 99두6514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등에서 확인된 법리와 일치합니다.

담합 종료 시점과 과징금 산정: 법 적용의 기준

법원은 하나로텔레콤이 일부 할인 제도를 부활시켰다고 해서 담합이 종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담합의 핵심인 통화료 등은 여전히 담합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두12774 판결,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7두19584 판결 참조) 하지만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할 때 잘못된 법 조항을 적용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징금 납부 명령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법령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부칙(2004. 4. 1.) 제2항이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두3756 판결 등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결론: 소비자 이익을 위한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

이번 판결은 기업들이 정부의 행정지도를 핑계로 담합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담합은 이를 저해하는 불법 행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였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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