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2.09.14

민사판례

퇴직금 재산정, 노조 동의 없이 멋대로 규정 바꿔도 되나요?

회사가 퇴직금 계산 방식을 바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변경이 잘못된 거였다면?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노조가 생기고 회사와 협약을 맺었는데도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부당하게 퇴직금을 적게 받은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싸워 이긴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발단: 한국방송공사(KBS)는 1981년에 노동조합 동의 없이 퇴직금 지급률을 낮추는 보수규정 개정을 단행했습니다. 당시에는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회사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던 거죠. 이후 퇴직한 근로자들은 당연히 줄어든 퇴직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1988년 KBS에 노조가 생겼고,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 협약 과정에서 기존의 잘못된 퇴직금 규정에 대한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고, 근로자들은 여전히 부당하게 적은 퇴직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쟁점: KBS는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 기존 퇴직금 규정을 그대로 유지했으니, 이는 노조가 잘못된 규정 변경을 **묵시적으로 동의(추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의 없이 퇴직금을 받아갔으니 문제없는 거 아니냐" 라는 식이었죠. 과연 그럴까요?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KBS의 주장을 단호하게 일축했습니다.

  • 단체협약 당시 노사 양측 모두 기존 규정 변경이 무효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다른 공기업 관련 판결이 나온 이후에야 비로소 잘못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죠. 알지도 못하는 사실에 동의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민법 제139조: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 설령 노조가 기존 규정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단순히 그 규정을 토대로 협약을 진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무효인 규정 변경을 추인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명확한 동의 의사가 없었다면 추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 회사가 잘못된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했고,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퇴직금 지급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5조: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이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즉, KBS는 부족하게 지급된 퇴직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규정 변경을 할 수 없으며, 노조의 진정한 동의 없이는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참조 판례:

  • 대법원 1991.3.12. 선고 90다15457 판결
  • 대법원 1992.2.25. 선고 91다25055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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