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12.12

민사판례

퇴직금 지급 규정 변경과 관련된 합의, 그 의미와 효력

회사가 퇴직금 지급 규정을 바꾸면서 직원들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퇴직금 지급 규정을 둘러싼 회사와 직원들 간의 합의가 어떤 법적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 합의를 나중에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국관광공사는 1981년 퇴직금 지급률을 낮추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반발한 일부 직원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다른 직원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쟁 상황에서 회사와 직원들(노동조합)은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미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이 승소하면 그 결과를 다른 직원들에게도 적용하고, 대신 직원들은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한 것입니다.

쟁점 1: 이 합의는 무엇일까?

법원은 이 합의를 **화해계약(민법 제731조)**으로 보았습니다. 화해계약이란 서로 양보하여 다툼을 끝내기로 하는 약정입니다. 회사는 소송 결과에 따라 퇴직금을 더 지급해야 할 가능성을 감수했고, 직원들은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즉, 서로 양보하여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한 것이므로 화해계약이라는 것입니다. (대법원 1980. 12. 9. 선고 80다1616 판결, 대법원 1991. 6. 14. 선고 90다16825 판결)

쟁점 2: 이 합의를 취소할 수 있을까?

회사는 나중에 이 합의를 취소하려고 했습니다. 화해계약은 일반적으로 당사자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가 가능합니다(민법 제733조).

회사는 퇴직금 규정 변경 당시 직원들의 동의를 제대로 받았는지에 대한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는 분쟁의 대상 그 자체에 대한 착오이기 때문에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분쟁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착오는 화해계약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7208 판결,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11217 판결,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4다42846 판결)

쟁점 3: 회사의 주장대로 착오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취소할 수 있을까?

법원은 설령 회사의 주장대로 착오가 인정되더라도 회사에 **중대한 과실(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이 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하게 결여한 것을 말합니다.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인 한국관광공사가 직원들의 동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합의한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다25830, 25847 판결, 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다38881 판결)

결론

이 판례는 퇴직금 지급 규정 변경과 관련된 노사 간의 합의는 화해계약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지며, 단순한 착오를 이유로 쉽게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기업은 합의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나중에 합의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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