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 A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A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A는 회사 대표 B에게 "내가 투자하려면 네가 회사 빚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B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결국 A는 약속한 투자를 하지 않았고, B는 A에게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당했습니다.
B는 "A가 투자를 하지 않았으니 연대보증도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투자를 조건으로 연대보증을 섰는데,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으니 보증 의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조건부 법률행위 - 민법 제147조 제2항)
1심과 2심 법원은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투자와 연대보증 사이에 그런 조건이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관련 증거들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B가 연대보증을 선 것은 A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와 아무 관계도 없던 제3자도 회사 회생을 조건으로 연대보증을 섰고, 채무 변제기간을 3년이나 유예한 점, 다른 관계자들이 B에게 "투자가 이루어지면 회사가 빚을 갚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는 각서를 써 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B의 연대보증은 A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력이 없는 조건부 계약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심 법원이 증거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사실 관계를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죠. (채증법칙 위반 - 민사소송법 제187조) 결국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47763 판결 참조)
이 판례는 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의 존재를 판단할 때 당사자들의 의사, 계약 체결 경위, 주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상대방의 약속을 믿고 중요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입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돈을 돌려받지 못해 연대보증인에게 청구했을 때, 한 연대보증인이 다른 연대보증인에게 "네 몫은 내가 낼게"라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돈을 내고 구상권(내가 대신 낸 돈을 돌려달라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단순히 여러 정황만으로는 구상권 포기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민사판례
회사 직원의 장인이 그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는데, 법원은 장인이 그런 보증을 설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위조를 의심해야 하고,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원심 판결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린 사람(채무자)이 돈을 갚기로 한 날짜를 돈 빌려준 사람(채권자)과 합의하여 미룬 경우에도, 채무자를 위해 빚보증을 선 사람(연대보증인)은 보증을 선 빚을 갚아야 합니다. 보증기간 연장에 연대보증인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상담사례
A회사가 B회사 빚보증 결의 시 이사회 의사정족수 미달로 결의가 무효가 되었으나, B회사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A회사는 보증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즉, 이사회 결의는 중요하며 특히 타사 보증과 같은 중요 결정 시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야 문제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상담사례
친구의 사업 빚 연대보증, 계약서의 자동연장 조항이 갱신 통지 없이 보증 기간을 연장했다면 무효일 가능성이 높아 최초 계약 기간의 빚만 책임질 수도 있지만, 정확한 판단은 계약서 검토 및 법률 상담이 필요하다.
형사판례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빌린 사람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지만, 돈을 빌린 사람은 돈을 갚는 대신 다른 사람과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채무액을 줄이는 합의가 있었지만, 새로운 사업이 무산되면서 채무액을 줄이기로 한 합의도 효력을 잃게 되었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