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결과, 그냥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득표수 검증 소송)

1996년 대구 수성구 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가 있었습니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이 후보는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단순히 선거 결과에 불만이 있어서 낸 소송은 아니었습니다. 이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고, 특히 개표 과정에서 컴퓨터 조작으로 득표수가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에 **"투표용지와 여러 선거 관련 자료들을 확인해서 실제 득표수를 검증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과연 법원은 이 후보의 요청을 받아들였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득표수 검증 자체를 독립된 소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득표수 검증은 당선 무효 소송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죠. 쉽게 말해,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 그 과정에서 투표용지 등을 확인하여 득표수를 검증할 수 있지만, 단순히 득표수만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조문 번호는 판례에서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판시사항에 언급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22조는 당선무효소송에 관한 조항으로, 득표수 검증을 별도의 소송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법에서 득표수 검증만을 위한 소송을 별도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후보는 선거 과정과 개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선거 무효 및 당선 무효 소송도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투표 결과에 의문이 있더라도 득표수 검증만을 위한 소송은 제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선 무효 소송 등 다른 소송 절차를 통해서 증거 조사의 일환으로 득표수 검증을 요청해야 합니다. 또한, 선거 관련 소송에서는 주장을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 제시가 중요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