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법인 이사의 배임행위와 무효인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사기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1994.12.13. 선고 94도2639 판결)
1. 배임행위란 무엇일까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자기 임무를 어기고,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득을 주어 본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남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이 그 신뢰를 저버리고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죠.
이때 "임무 위반"이란 법률, 계약,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그 행위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즉,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행위라도 신의칙에 어긋나면 배임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손해는 현실적인 손해뿐 아니라 손해 발생 위험이 생긴 경우도 포함됩니다. 법적으로는 무효인 행위라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다면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2. 무효인 약속어음공정증서도 사기죄의 대상이 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약속어음공정증서가 무효 사유가 있더라도, 그 사유가 증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고 외형상 권리와 의무를 증명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면 사기죄의 대상, 즉 "재물"이 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유효한 것처럼 보이면 사기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사례 분석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학교법인 이사로서 이사장과 공모하여 학교법인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강제집행인락공증을 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와 관할청 허가를 받지 않아 법적으로는 무효였지만, 학교법인은 이로 인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비록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임무를 위반하여 학교법인에 손해를 끼칠 위험을 발생시켰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약속어음공정증서는 외형상 유효한 형식을 갖추고 있으므로 사기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4. 관련 법조항 및 판례
이처럼 배임죄와 사기죄는 복잡한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의 행위가 배임이나 사기에 해당하는지 궁금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판례
회사 대표이사가 회사와 무관한 개인적인 용도로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비록 그 약속어음 발행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약속어음에 기한 강제집행으로 회사 자금이 실제로 유출되었다면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재정난에 처한 제3자의 채무를 사실상 인수하기 위해 학교법인 명의로 약속어음에 배서연대보증한 이사장에게 배임죄가 인정된 사례.
형사판례
회사 대표이사가 자기 회사 돈으로 다른 회사의 빚보증을 위해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그 약속어음이 실제로 쓰이거나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배임죄가 '기수'(완전히 범죄가 성립된 상태)가 아니라 '미수'(범죄를 저지르려고 했지만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학교법인 직원이 부동산 매매대금을 전부 받지 않고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넘겨줘 학교법인에 손해를 끼친 경우, 등기가 무효이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회사 이사가 자금능력 없는 타인의 어음에 회사 이름으로 배서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이사회 결의나 대주주 동의가 있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회사 임원이 대주주의 양해나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정관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이사회 결의 없이 업무를 집행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배임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