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3.05.13

민사판례

협박에 못 이겨 쓴 각서는 무효일까?

부동산 투자를 권유받아 거액을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사기였다면? 억울한 마음에 따지고 요구하다 보니 상대방이 겁을 먹고 돈을 돌려주겠다는 각서를 썼다면 그 각서는 유효할까요? 오늘은 협박으로 인해 작성된 각서의 효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지인(피고)들에게 원자력발전소 건립 예정지 근처 땅을 사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권유하여 피고들이 땅을 매입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발전소 건립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고들은 원고들을 찾아가 따지며 손해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대통령 친구가 사기 쳤다"고 언론에 알리겠다며 협박했고, 원고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돈을 지급하고 부동산에 근저당까지 설정해주는 각서를 써주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해당 각서가 협박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협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무효가 되려면, 단순히 협박 때문에 공포를 느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자유를 완전히 빼앗긴 상태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민법 제110조). 즉,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각서를 쓴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 각서는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원고들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들은 원고의 이웃으로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였고, 원고가 땅 매매를 중개해 준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 원고들이 약속한 돈은 피고들이 투자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 원고 1은 피고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돈을 지급하고 근저당을 설정해 주었다고 진술했습니다.
  • 원고들은 협박을 받았다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고들의 요구대로 근저당을 설정해주었습니다.
  • 원고들은 피고들에게 고소를 당한 후에야 비로소 각서가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들이 협박 때문에 의사결정의 자유를 완전히 빼앗긴 상태에서 각서를 쓴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단순히 협박이나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각서가 무효가 되지 않으며, 의사결정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참조조문: 민법 제110조

참조판례: 대법원 1979. 1. 16. 선고 78다1968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25120 판결,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1460 판결, 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49353 판결,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152 판결,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6031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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