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가 토지 감정평가를 하면 불법일까?

공인회계사는 기업의 재무 상태를 감사하고, 세무 업무를 대리하는 등 돈과 관련된 전문가입니다. 그렇다면 회계사가 토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법입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공인회계사들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한 회사로부터 토지의 '공정가치' 평가를 의뢰받고, 실제 감정평가와 유사한 방식으로 토지 가치를 산정한 후 보고서를 제출하고 돈을 받은 사건입니다. 이에 검찰은 공인회계사들이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공시법)**을 위반했다고 기소했습니다.

쟁점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회계사의 '회계에 관한 감정' 업무에 토지 감정평가가 포함되는가?
2. 회계사가 토지 감정평가를 하는 것이 부동산공시법 위반인가?
3. 설령 위반이라 하더라도, '법령에 의한 행위'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1. 공인회계사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에 관한 감정'은 기업의 재무제표 등 회계서류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판단을 의미합니다. 토지 감정평가는 회계서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회계사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공인회계사법 제2조)

2. 부동산공시법은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가 보수를 받고 감정평가를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따라서 회계사가 토지 감정평가를 업으로 하는 것은 부동산공시법 제43조 제2호 위반입니다.

3. 회계사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토지의 공정가치를 평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정당행위(형법 제20조)로 볼 수 없습니다. 즉, 법령에 의한 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20조, 부동산공시법 제43조 제2호)

결론

회계사는 전문적인 회계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의 재무 상태를 감사하고 세무 업무를 대리하는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토지 감정평가는 부동산공시법에서 정한 자격을 갖춘 감정평가사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계사가 토지 감정평가를 업으로 하는 것은 불법이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판례는 회계사의 업무 범위와 부동산 감정평가의 전문성을 명확히 한 중요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