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차장에서의 노조 집회, 신고 안 해도 될까요?

직장에서 노조 활동을 하다 보면 집회나 시위를 할 일이 생기는데요. 특히 회사 안에서 하는 집회는 신고를 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회사 주차장에서 신고 없이 집회를 했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례를 통해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회사의 근로자 30여 명이 회사 구내 옥외 주차장에서 총 5회에 걸쳐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회사 측에 노조 인정, 단체교섭, 사무실 제공, 유류 보조금 지급 등을 요구했는데요. 문제는 이 집회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들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쟁점:

과연 회사 구내처럼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곳에서의 집회도 집시법상 신고 대상일까요? 만약 신고 대상이라면, 신고 없이 진행된 이 집회는 처벌받아야 할까요?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집회가 신고 의무가 있는 옥외집회에 해당하지만,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집회의 자유 보장: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1조, 제37조 제2항). 집시법의 신고 의무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지만,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 집회의 목적 및 장소: 이 사건 집회는 회사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 활동의 일환이었습니다. 또한, 집회 장소는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회사 주차장이었죠.
• 집회의 시간 및 규모: 집회는 업무 시간 외에 약 40분 정도로 짧게 진행되었고, 참가 인원도 회사 근로자 30여 명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 공공의 안녕질서 침해 가능성: 위와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집회가 불특정 다수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집회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질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신고 의무를 어겼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집시법 제2조 제1호, 제6조 제1항, 제22조 제2항)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헌법 제21조(집회·결사의 자유), 제37조 제2항(기본권 제한)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제2조 제1호(정의), 제6조 제1항(옥외집회·시위의 신고), 제22조 제2항(벌칙)
•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11381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1도2393 판결, 헌법재판소 1994. 4. 28. 선고 91헌바14 전원재판부 결정

결론:

회사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집회라고 해서 무조건 신고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집회의 목적, 장소, 시간, 규모, 공공의 안녕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번 판례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신고하지 않은 집회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중요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