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이 부도가 나서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그 기업이 갚아야 할 빚(채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회생절차에서는 빚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눕니다. 하나는 회생채권으로,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빚으로 회생계획에 따라 갚아나가는 빚입니다. 다른 하나는 공익채권으로, 회생절차 진행 중에 발생한 빚 등으로, 회생계획과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갚아야 하는 빚입니다.
그런데 만약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이 내야 할 세금이 있다면, 이 세금은 회생채권일까요, 공익채권일까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회생절차와 관련된 세금, 즉 조세채권의 성격을 둘러싼 법적 논쟁을 살펴보겠습니다.
쟁점은 '납부기한'
핵심 쟁점은 바로 납부기한입니다. 옛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9.10.21. 개정 전) 제179조 제9호에 따르면, 회생절차 개시 당시 납부기한이 지나지 않은 특정 조세(원천징수하는 조세, 부가가치세 등)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됩니다.
납부기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법정납부기한과 세무서에서 고지서를 보내면서 정하는 지정납부기한입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여기서 말하는 납부기한은 법정납부기한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회생절차의 목적은 채무자의 재건인데, 세무서 마음대로 지정납부기한을 정해서 공익채권을 늘려버리면 회생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관련 조문: 옛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9호)
반대의견: 모든 경우에 법정납부기한으로 보는 것은 부당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반대의견은 신고납부방식의 조세(예: 부가가치세)에서 납세자가 제때 신고하지 않았거나 잘못 신고한 경우에는, 법정납부기한이 지났더라도 세무서가 정확한 세금을 계산해서 고지해야 비로소 징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이 경우에는 지정납부기한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납세자가 신고를 안 했는데 법정납부기한만 지났다고 세금을 징수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 경우까지 법정납부기한으로 보면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지 못하게 되고, 성실하게 신고한 사람보다 오히려 혜택을 받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주장입니다.
사례 분석
이번 판례에서 다뤄진 동아건설산업의 경우, 회사가 부도난 후 공급업체들이 대손세액공제를 받자 세무서가 동아건설산업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이후 이 부과처분이 잘못되었다는 결정이 나왔지만, 세무서는 다시 부과제척기간이 남은 부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가가치세의 법정납부기한이 회생절차 개시 전에 이미 지났으므로 회생채권에 해당하며, 세무서가 회생절차에서 이를 신고하지 않아 면책되었으므로 다시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정납부기한이 원칙, 하지만...
대법원은 법정납부기한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했지만, 반대의견에서 제기된 문제점처럼 납부기한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납세자의 권리와 국가의 세수 확보라는 두 가지 공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민사판례
회생절차 진행 중인 기업이 회생계획을 통해 세금 납부를 유예받았다면, 유예된 세금에 대해서는 연체이자(중가산금)를 부과할 수 없다. 또한 세금 납부 기한이 지난 후에 회생계획으로 징수유예를 정하더라도, 그 회생계획은 유효하다.
민사판례
회생절차를 밟은 팬택이 이전 회사의 국세환급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그리고 국가가 이를 체납 세금에 충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분쟁입니다. 법원은 팬택이 환급금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의 충당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일반행정판례
기업이 회생절차 개시 *전에* 입찰 담합에 가담했고, 이에 대한 과징금 부과 처분이 회생절차 개시 *후에* 이루어진 경우, 해당 과징금 청구권은 회생채권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과징금 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회생절차 종료 후에는 면책되어 징수할 수 없다.
세무판례
회생절차를 밟는 채무자가 세금을 체납한 경우, 세무서가 회생절차를 몰라 채권 신고 기한을 놓쳤더라도, 채무자가 고의로 세금 체납 사실을 숨겼다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민사판례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을 때, 세금처럼 회사의 회생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공익채권은 회생계획으로 함부로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회생계획에서 공익채권에 대한 감면 등의 내용이 있더라도, 공익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습니다.
민사판례
회사 회생절차에서 채권자가 채권을 신고하지 않으면, 그 채권이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이라 하더라도 회생계획 인가 결정으로 실권(효력을 잃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