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0.03.10

형사판례

훔친 돈을 은행에 넣었다 빼면 깨끗한 돈이 될까? - 장물의 변신은 무죄?

여러분, 훔친 돈을 은행에 넣었다가 다시 빼면 깨끗한 돈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왠지 돈세탁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훔친 돈, 즉 '장물'을 은행에 넣었다 빼면 과연 장물의 성격이 사라지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회사 직원(이하 횡령범)이 회사 돈으로 만든 어음을 몰래 할인받아 현금과 자기앞수표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그 돈의 일부를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입금했다가 다시 현금으로 인출했습니다. 이후 이 돈의 일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 들어갔고, 이들은 장물인 줄 알면서도 돈을 보관하거나 사용했습니다.

쟁점:

횡령범이 은행에서 인출한 돈은 장물의 성격을 잃은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돈을 받은 사람들은 장물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장물인 현금을 은행에 넣었다 빼더라도 여전히 장물이다"라고 판결했습니다. 비록 물리적으로는 다른 돈이지만, 금액이 같다면 돈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앞수표 역시 현금처럼 사용되므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돈을 받은 사람들은 장물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원심에서는 횡령범이 인출한 돈이 장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핵심 정리:

  • 훔친 돈(장물)을 은행에 넣었다 빼도 여전히 장물이다.
  • 자기앞수표도 현금과 마찬가지로 취급된다.
  • 장물인 줄 알면서 보관하거나 사용하면 장물죄로 처벌받는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62조 제1항 (장물취득):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대법원 1972. 2. 22. 선고 71도2296 판결: 장물의 처분대가는 장물성을 상실한다.
  • 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도213 판결: 자기앞수표는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 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도2269 판결: 장물인 현금을 은행에 예금했다 인출해도 장물성은 유지된다.

이번 판례를 통해 돈의 형태가 바뀌더라도 그 본질적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면 장물의 성격은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출처가 의심스러운 돈을 접하게 된다면, 함부로 다루지 말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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