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100만 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나 드라마 속 소품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있어도 현실에서는 본 적 없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00만 달러짜리 지폐를 발행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만약 누군가 이런 가짜 지폐를 만들어서 사용하려고 했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오늘은 실제 있었던 흥미로운 사건을 통해 위조지폐와 관련된 법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100만 달러짜리 미국 지폐 6장과 10만 달러짜리 미국 지폐 6장을 위조해서 사용하려다가 적발되었습니다. 10만 달러 지폐는 과거에 실제로 발행되었지만 현재는 유통되지 않고 수집용으로만 거래되는 지폐입니다. 1심 법원은 이 지폐들이 "일반인의 관점에서 외국에서 통용될 것이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형법 제207조 제3항)
형법 제207조 제3항은 "행사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통용하는 외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외국에서 통용하는"이란 해당 국가에서 강제통용력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실제로 그 나라에서 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지폐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일반인들이 진짜 돈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통용되지 않는 지폐라면 위조지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헌법 제12조 제1항)에 따른 판단입니다. 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야 하며, 법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이죠.
이 사건에서 100만 달러 지폐는 미국에서 발행된 적이 없으므로 당연히 통용되는 지폐가 아니었습니다. 10만 달러 지폐 역시 현재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핵심 정리
이번 판례를 통해 위조지폐죄의 성립 요건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법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죄와 형벌을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단순히 일반인의 오인 가능성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판례의 핵심입니다.
형사판례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고, 외국에서도 강제통용력이 없는 위조 외국 화폐를 사용한 경우, 위조통화행사죄가 아니라 위조사문서행사죄나 위조사도화행사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사판례
단순히 자랑하려고 위조지폐를 만들었다면 위조지폐죄로 처벌할 수 없다. 위조지폐죄가 성립하려면 실제 돈처럼 사용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일반 사람들이 진짜 돈으로 착각할 정도의 품질이어야 한다.
형사판례
진짜 미화에 발행연도, 발행번호 등을 덧칠하는 정도의 변조는 통화변조죄로 볼 수 없다.
형사판례
1998년까지 통용되던 구권 스위스 화폐(진짜 돈)는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는 화폐로 볼 수 없으며, 위조화폐를 알고도 건네준 경우는 위조통화행사죄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한국 거주자가 미화 1만 달러 이하의 현금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 물건을 사거나 경상거래를 하고 그 대금을 현지에서 바로 지불하는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이미 위조된 어음의 금액을 다시 변경하는 행위는 유가증권변조죄가 아닙니다. 변조죄는 진짜 어음을 변경하는 경우에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