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0.09.07

형사판례

10대 성폭행 피해자, 왜 가해자를 다시 찾아갔을까?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10대 소녀가 다음 날 가해자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죠. 가해자는 이 점을 파고들어 소녀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은 14세 소녀를 상대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14세 소녀를 자신의 집에서 두 차례 강간했습니다. 첫 번째는 폭행과 협박으로 소녀를 제압한 후였고, 두 번째는 사과를 받으러 온 소녀를 다시 폭행하고 강간한 것이었습니다. 피고인은 첫 번째 성관계는 합의였다고 주장하며, 두 번째 만남 자체가 없었다고 발뺌했습니다. 특히, 소녀가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다음 날 스스로 찾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녀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소녀가 가해자를 다시 찾아간 행동이 이상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소녀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아동·청소년을 특별히 보호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동·청소년은 아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고, 성적 침해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적 가치관 형성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침해는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7조 제1항).

이 사건에서 소녀는 피고인과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피고인의 갑작스러운 범행에 대해 해명을 듣고 싶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자를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가해자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녀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확정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08조). 피해자다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 판결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7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308조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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