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ONE, 유량계 이름으로 쓸 수 없다고? 기술적 상표란 무엇일까?

혹시 V-CONE이라는 유량계 브랜드를 들어보셨나요? 유량계는 액체나 기체의 흐름 양을 측정하는 장비인데요, 이 V-CONE이라는 상표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V-CONE은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기술적 상표"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적 상표란 무엇일까요?

기술적 상표란 상품의 기능, 용도, 품질 등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상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달콤한 사과'라는 상표를 사과에 사용한다면, 사과의 맛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기술적 상표가 됩니다. 이런 상표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표 등록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특정 업체가 '달콤한 사과'라는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다른 사과 판매자들은 자신의 상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게 되겠죠?

V-CONE은 왜 기술적 상표일까요?

V-CONE은 유량계 내부에 설치된 원뿔 형태 부품인 'Venturi Cone'의 약칭입니다. 그리고 이런 원뿔 부품이 내장된 유량계는 일반적으로 'Venturi Cone flowmeter', 'Venturi Cone meter', 'V-Cone type meter' 등으로 불립니다. 즉, V-CONE은 유량계의 핵심 부품 형태를 나타내는 이름인 셈이죠.

법원은 V-CONE을 유량계에 사용하면 이화학공업 종사자나 유량계 취급자, 관련 기술자들은 원뿔 형태 부품이 내장된 유량계를 떠올릴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V-CONE은 유량계의 종류를 설명하는 기술적 상표에 해당하며, 특정 업체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관련 법조항과 판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 상표법(1990. 1. 13. 법률 제4210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3호(현행 제6조 제1항 제3호): 기술적 상표는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대법원 1997. 4. 8. 선고 96후1293 판결, 대법원 1997. 4. 22. 선고 96후1842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후1248 판결: 기술적 상표에 관한 판례들입니다. 이 판결들은 V-CONE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기술적 상표에 대한 법원의 해석 기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들입니다.

이번 판결은 상표를 만들 때 상품의 기능이나 특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는 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독창적이고 식별력 있는 상표를 만들어야만 상표권을 보호받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