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6.30

형사판례

가짜 회사 대표 행세, 계약서 작성하면 어떤 죄일까?

A씨는 B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닙니다. 그런데 C와 D에게 "B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가 곧 회장이 될 것이다. 계약금을 주면 철거공사를 맡기겠다"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C와 D로부터 6,500만 원을 받고, 'B회사 총괄대표이사 A'라고 적힌 도급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 도장은 사실 A씨가 대표로 있는 다른 회사의 것이었습니다. 1심 법원은 A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 법원은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쟁점: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 성립 여부

핵심 쟁점은 A씨의 행위가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이 죄는 형법 제232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는 타인의 자격을 모용해서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사용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2심 법원은 A씨가 사용한 도장이 B회사의 것이 아니라는 점, C와 D가 A씨가 B회사 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유죄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는 문서의 진정성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가짜 문서라도 일반인이 진짜 문서라고 믿을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면 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9606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도급계약서에 B회사와 A씨의 다른 회사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고, A씨의 직함이 '총괄대표이사'라고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인은 A씨가 두 회사 모두와 관련된 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도장의 인영이 선명하지 않아 어떤 회사의 도장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던 점도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설령 C와 D가 A씨가 B회사 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A씨가 B회사 대표인 것처럼 행세하며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6도2330 판결 참조) 즉, 상대방이 A씨의 거짓말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이 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 판결은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성립 요건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사용할 목적이 있다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형사판례

남의 회사 이름으로 계약서 쓰면 어떻게 될까? -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죄

분양 대행 권한만 있는 사람이 회사의 동의 없이 회사 이름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도장을 찍은 경우,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와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죄#임대차계약#대법원

형사판례

부동산중개사무소 이름 도용, 사문서위조죄 될까?

타인의 부동산중개사무소 상호를 사용하여 마치 자신이 그 사무소의 대표인 것처럼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작성하면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가 성립한다.

#부동산중개사무소#상호도용#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대법원

형사판례

회사 대표이사가 회사 빚을 꾸며낸 차용증, 어떤 죄일까?

회사 대표이사가 회사 이름으로 허위 문서를 작성하더라도 사문서위조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그 문서로 공증을 받아 허위 내용을 공적으로 증명하게 했다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가 성립한다.

#대표이사#허위문서#사문서위조죄#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형사판례

재건축조합장 사칭 계약서 작성, 죄가 될까? - 자격모용 사문서작성죄

재건축조합 조합장이 아닌 사람이 조합장 직함을 사용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면, 상대방이 사칭 사실을 알았거나 조합장 직인이 없더라도 자격모용 사문서작성죄가 성립한다.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재건축조합#조합장

형사판례

회사 명의 도용, 사문서 위조죄일까?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전 대표이사의 동의를 얻어 명의를 계속 사용하더라도, 사기 목적으로 허위 문서를 작성하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

#사문서위조#인수#대표이사#명의

형사판례

회사 돈으로 내 빚 갚으려고 차용증 썼다면 배임죄일까?

회사 대표이사가 개인 빚 때문에 회사 이름으로 차용증을 써줬지만, 돈을 빌려준 사람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

#대표권 남용#차용증#업무상 배임#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