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는 '부금상무'라는 독특한 제도가 존재합니다. 건설 면허가 있는 회사의 명의를 빌려 공사를 수주하고, 독자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며 회사에 일정 금액을 '부금'으로 지급하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부금상무가 회사 이름으로 어음에 배서(보증)를 했다면, 그 책임은 회사에도 있는 걸까요? 오늘은 관련된 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B 건설회사의 부금상무였습니다. 그는 회사의 명의를 빌려 공사를 수주하고, 공사대금의 10%를 회사에 부금으로 지급했습니다. A씨는 C씨에게 돈을 빌리면서, 자신이 발행한 약속어음에 B 건설회사 대표이사 명의로 배서를 했습니다. C씨는 A씨가 B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C씨는 B 건설회사에 어음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A씨의 어음 배서 행위는 무권대리(권한 없이 타인의 대리인으로서 행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C씨는 A씨가 B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주장하며, '표현대리' 책임을 물었습니다.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더라도,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126조). 과연 B 건설회사는 A씨의 어음 배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까요?
법원의 판단
법원은 B 건설회사의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C씨가 A씨의 무권대리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C씨는 A씨가 어음 배서를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표현대리의 요건인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아, B 건설회사의 책임을 부정한 것입니다 (민법 제126조, 어음법 제8조).
결론
이 판결은 부금상무 제도의 특수성과 업계 관행을 고려하여, 채권자가 부금상무의 대리권을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엄격하게 판단한 사례입니다. 부금상무와 거래할 때에는 그의 권한 범위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상담사례
건설업계 '부금상무'는 회사 이름만 빌린 개인사업자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거래 시 상대방의 실제 권한과 회사의 공식 확인을 받아야 빚보증 등의 문제 발생 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민사판례
회사의 전무이사가 회사 대표이사처럼 어음에 배서했더라도, 거래 상대방이 전무이사에게 대표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면, 회사는 그 어음 배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민사판례
다른 사람이 발행한 약속어음에 단순히 배서만 했다면, 원칙적으로 어음 자체에 대한 책임만 부담하고, 돈을 빌려준 채권자에 대한 보증 책임은 없다. 단, 예외적으로 어음이 차용증서처럼 사용되었고, 배서인이 이를 알고 보증 목적으로 배서했다면 돈을 빌려준 채권자에게도 보증 책임을 진다.
상담사례
사임 등기 전 대표이사의 어음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 책임이나,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신의칙에 따라 회사 책임이 제한될 수 있다.
민사판례
다른 사람이 발행하거나 배서·양도한 약속어음에 배서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어음상의 채무만 부담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어음 채권자에게 원인채무(어음 발행의 원인이 된 채무)까지 보증하겠다는 의사로 배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원인채무에 대한 보증책임도 부담하게 됩니다.
형사판례
회사 대표이사가 회사에 돈을 빌려준 후, 자신이 빌려준 돈을 담보하기 위해 회사 이름으로 어음을 발행했더라도, 그 행위가 대표권 남용이라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