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0.04.10

민사판례

건설회사 '부금상무'의 어음 배서, 회사 책임 물을 수 있을까?

건설업계에는 '부금상무'라는 독특한 제도가 존재합니다. 건설 면허가 있는 회사의 명의를 빌려 공사를 수주하고, 독자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며 회사에 일정 금액을 '부금'으로 지급하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부금상무가 회사 이름으로 어음에 배서(보증)를 했다면, 그 책임은 회사에도 있는 걸까요? 오늘은 관련된 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B 건설회사의 부금상무였습니다. 그는 회사의 명의를 빌려 공사를 수주하고, 공사대금의 10%를 회사에 부금으로 지급했습니다. A씨는 C씨에게 돈을 빌리면서, 자신이 발행한 약속어음에 B 건설회사 대표이사 명의로 배서를 했습니다. C씨는 A씨가 B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C씨는 B 건설회사에 어음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A씨의 어음 배서 행위는 무권대리(권한 없이 타인의 대리인으로서 행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C씨는 A씨가 B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주장하며, '표현대리' 책임을 물었습니다.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더라도,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126조). 과연 B 건설회사는 A씨의 어음 배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까요?

법원의 판단

법원은 B 건설회사의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C씨가 A씨의 무권대리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 C씨는 A씨와 여러 차례 금전거래를 했고, A씨가 부금상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의 소개로 A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 C씨는 A씨와 같은 지역에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어 부금상무 제도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 A씨가 회사 대표이사의 직인을 사용할 권한은 공사도급계약 체결 시에만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C씨는 A씨가 어음 배서를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표현대리의 요건인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아, B 건설회사의 책임을 부정한 것입니다 (민법 제126조, 어음법 제8조).

결론

이 판결은 부금상무 제도의 특수성과 업계 관행을 고려하여, 채권자가 부금상무의 대리권을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엄격하게 판단한 사례입니다. 부금상무와 거래할 때에는 그의 권한 범위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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