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드라마를 보면, 용의자를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이때 "임의동행"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임의동행은 말 그대로 경찰의 요청에 '자발적으로' 응해서 경찰서에 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경찰이 임의동행이라는 명목으로 원하는 만큼 조사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6항은 임의동행한 사람을 6시간을 넘겨 경찰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조항이 6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법원(1985. 7. 29.자 85모16 결정)은 임의동행은 동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행 후에도 언제든지 경찰서에서 나갈 자유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6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은 강제력이 없는 단순한 기준일 뿐, 경찰이 6시간 동안 마음대로 조사할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부산지법 1997. 4. 29. 선고 97노224 판결 사례를 살펴보면, 임의동행 후 조사를 거부하고 나가려는 피고인을 경찰관이 제지하자, 피고인이 경찰관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경찰관의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피고인의 폭행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임의동행은 '자발적 협조'를 의미합니다. 경찰의 동행 요구에 응했다 하더라도, 언제든 마음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6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이 경찰의 구금 권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꼭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형사판례
경찰의 임의동행은 피의자가 진정으로 자발적인 의사로 동행에 응했는지가 적법성 판단의 핵심입니다. 동행 거부권 고지, 언제든 이탈 가능 여부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형사판례
경찰이 피의자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에 데려갔지만, 법원은 이를 사실상의 강제연행(불법체포)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 이후 이뤄진 긴급체포도 위법하며, 불법체포 상태에서는 도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형사판례
마약 투약 혐의가 있는 사람을 경찰서로 임의동행하여 소변과 모발 검사를 한 경우, 단순 질서 유지를 위한 동행이 아닌 수사를 위한 임의동행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 따라서 동행 과정에서 위법적인 강제력이 없었다면, 제출된 소변과 모발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형사판례
경찰 수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경찰서에 간 사람(임의동행)도 변호사를 만날 권리가 있다.
형사판례
경찰이 적법한 절차 없이 강제로 연행하여 얻은 진술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며, 임의동행이라도 진정한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면 위법하다.
민사판례
수사기관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사람을 데려가 조사하는 경우, 진정한 임의성이 있었는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며, 영장 없이 체포한 뒤 48시간 내에 사후구속영장을 받지 않고 통상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하더라도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