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한 남성이 술에 취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립니다. 그는 형의 병문안을 왔다가 갑자기 과도를 들고 병원 유리창을 깨부수고, "형을 살려내라!"라고 소리치며 자신의 배에 칼을 겨누고 자살 소동을 벌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을 발사했고, 결국 남성은 사망했습니다. 과연 경찰의 총기 사용은 정당했을까요?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경찰의 총기 사용이 직무집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69.9.23. 선고 69다888 판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1조는 경찰관이 범인 체포, 도주 방지,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신체 보호, 공무집행 방해 제지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는 긴급피난이나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경우, 또는 체포·도주 방지나 저항 제지를 위해 다른 수단이 없을 때로 제한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칼을 든 남성이 위협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이 총을 쏘기 전에 다른 방법을 시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경찰은 약 11m 뒤로 물러나는 동안 공포탄을 발사하거나 함께 출동한 의경이 소지한 가스총이나 경찰봉을 사용하는 등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곧바로 총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총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생명에 치명적인 가슴이 아닌 다리 등 하체를 조준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점들을 들어 경찰의 총기 사용이 과잉이었고, 따라서 직무집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의 개념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형법 제20조에서 규정하는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이나 타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를 말합니다.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방위행위가 상당해야 합니다. 즉, 침해의 정도와 방위행위의 정도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의 총기 사용은 남성의 행위에 비해 과도한 방위였기 때문에 정당방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경찰의 물리력 행사, 특히 총기 사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경찰관의 직무집행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상황의 긴급성, 다른 수단의 사용 가능성, 위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형사판례
술집에서 맥주병으로 사람을 찌르고 집으로 도주한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권총을 발사하여 범인이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찰관이 범인이 칼을 소지한 것으로 오인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고, 동료 경찰관이 범인에게 제압당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권총을 사용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민사판례
경찰관이 위협이 없는 도주범에게 총을 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하지 않아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
민사판례
칼을 휘두르며 도주하는 차량 절도 혐의자에게 등을 보인 상태에서 경찰관이 실탄을 발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법원은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정당방위 또는 공무집행 중 발생한 행위로 볼 수 없으며,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위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상담사례
경찰의 도주차량 추격 과정에서 동승자가 사망한 사건을 통해, 경찰의 총기 사용은 흉악범 체포 등 긴급상황에서 최후 수단으로 제한되며, 이 사건처럼 단순 도주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다른 대응책이 있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민사판례
술에 취해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사람을 경찰이 추격하며 권총으로 쐈습니다. 대법원은 경찰의 권총 사용이 정당한 범위를 넘어선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경찰관이 도주하는 차량 절도범을 향해 권총 실탄을 발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여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도 도주 등의 과실이 있다고 보아 배상액의 70%를 감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