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돈거래 방식입니다. 친구들끼리, 직장 동료끼리, 혹은 동네 주민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목돈 마련을 위해 계를 만들곤 하죠. 하지만 이렇게 친숙한 '계'가 법적인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계주가 잠적하거나 계가 깨지는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죠. 오늘은 계의 종류에 따라 법적 책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특히 두 명의 계주가 있는 경우 책임 소재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계, 그 다양한 모습과 법적 성질
계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 그 목적과 운영 방식에 따라 다양한 법적 성질을 갖습니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소비대차'의 형태일 수도 있고,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조합'의 형태일 수도 있으며, 어떤 유형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무명계약'의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계의 법적 성질은 계를 조직한 목적, 돈을 납입하고 받는 방식, 계주와 계원의 관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민법 제598조, 제703조). 따라서 계의 종류에 따라 계원과 계주의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대법원 1982. 6. 22. 선고 81다카1257 판결 참조)
두 명의 계주, 그들의 책임은 어디까지?
대법원은 두 명의 계주가 각자 계원을 모집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새마을계'에서 계주들의 책임 범위를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두 명의 계주가 각자 모집한 계원들로부터 돈을 받아 관리하고, 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를 운영했습니다. 계원들은 자신을 모집한 계주에게만 돈을 납입하고, 계금 역시 자신을 모집한 계주로부터 받았습니다. 심지어 곗날 모임에서도 각 계주가 모집한 계원들은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등 별다른 교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두 명의 계주가 단순히 계 운영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신이 모집하지 않은 계원에게까지 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계주들 간의 관계, 계주와 계원의 관계, 계원 상호간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 안전한 운영을 위한 팁
계는 목돈 마련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분쟁 발생 시 복잡한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를 시작하기 전, 계의 종류와 운영 방식, 계주와 계원의 권리와 의무 등을 명확하게 정하고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계주와 계원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의 법적 성질과 책임 소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계 운영을 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사례
계에서 한 명의 계주가 잠적했을 경우, 나머지 계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계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지며, 단순히 '공동계주'라는 명칭만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실제 운영 관여 여부가 중요하다.
형사판례
계주가 계원들의 돈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하지 않거나, 계원이 돈을 탈 수 있는 기회를 고의로 박탈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상담사례
계가 깨지면 즉시 돈을 돌려받을 수 없고, 청산절차를 통해 각 계원의 납입금과 수령액을 정산하여 잔액을 분배한다.
형사판례
혼자 힘으로 운영하는 계는 상호신용금고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조직적'으로 운영해야 불법이 됩니다.
상담사례
곗돈을 주지 않는 계주는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차분한 대화와 증거 확보 후 필요시 내용증명 발송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형사판례
계주가 계원들과의 약속대로 계금을 받을 사람에게 주지 않으면 배임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