곗돈, 계주 한 명이 잠적했다면? 나머지 계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계모임, 친목 도모와 목돈 마련을 위해 많이들 참여하시죠? 그런데 믿었던 계주가 잠적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해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특히 계주가 두 명 이상인 경우, 한 명이 잠적했을 때 나머지 계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저는 甲과 乙, 두 사람이 계주로 있는 계에 乙의 계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저는 乙에게만 계금을 납부했고, 甲과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乙이 계금을 모두 챙겨 잠적해버렸습니다. 이 경우, 甲도 계주이니 저에게 계금을 돌려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요?

단순 공동계주 vs. 각자 운영 계

단순히 두 명 이상이 공동으로 계를 관리하는 경우라면, 계주들은 연대하여 책임을 집니다. 즉, 한 명의 계주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계가 이렇게 단순하게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계주들이 각자 계원을 모집하고 따로 관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를 구분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계의 운영 방식입니다. 만약 계주들이 각자 계원을 모집하고, 계원들은 자신이 가입한 계주에게만 계금을 납부하며, 서로 다른 계원들끼리는 모르는 사이였다면, 잠적한 계주가 아닌 다른 계주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7191 판결)

위 판례처럼, 甲과 乙이 각자 계원을 모집하고 관리했으며, 甲의 계원들은 甲에게, 乙의 계원들은 乙에게만 계금을 냈다면, 그리고 서로 다른 계원들끼리 전혀 교류가 없었다면, 乙이 잠적했다고 해서 甲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마치 별개의 계처럼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공동계주 간의 책임

만약 계주들이 각자 계원을 모집했지만, 서로에게 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라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계주 상호 간에 채권채무 관계가 성립합니다. 즉, 자신의 계원들이 낸 계금을 상대방 계주에게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1984. 10. 23. 선고 84다카1146 판결)

계의 법적 성질

계는 그 목적과 운영 방식에 따라 조합, 소비대차, 또는 무명계약 등 다양한 법적 성질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82. 6. 22. 선고 81다카1257 판결) 따라서 계의 종류에 따라 계원과 계주의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계주 중 한 명이 잠적했을 때 나머지 계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계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계주들이 각자 계를 운영한 경우라면 다른 계주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에 가입하기 전에 계의 운영 방식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