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8.25

일반행정판례

고어텍스, 대형마트 판매 제한은 괜찮을까? - 브랜드 가치와 공정거래의 줄다리기

고급 아웃도어 의류에 자주 사용되는 '고어텍스'. 이 고어텍스를 만드는 회사가 자사 원단을 사용한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게 했다면 어떨까요?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일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결론이 나왔습니다.

대형마트 판매 제한, 왜 문제가 되었을까?

고어텍스를 만드는 회사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아웃도어 의류 제조업체들에게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하면서, 이 원단으로 만든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도록 제한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내 물건을 사려면 내가 정한 조건을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거래 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행위입니다.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 제2항,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7호 (나)목 참조, 현행법상 제45조 제1항 제7호, 제3항, 제52조 [별표 2] 제7호 (나)목 참조)

대법원, 고어텍스의 손을 들어주다

대법원은 고어텍스의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0두46708 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고어텍스는 단순한 원단 공급업체가 아니다: 고어텍스는 '중간재 브랜딩' 전략을 통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습니다. 원단 품질 관리, 엄격한 생산 공정, 소비자 직접 보증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죠.
  • 대형마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대형마트는 저가 판매와 박리다매에 중점을 두는 유통 채널입니다.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이나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환경이죠. 고어텍스는 이러한 대형마트의 특성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합리적인 범위의 제한: 고어텍스는 대형마트 이외의 다른 유통 채널에서의 판매는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대형마트 판매 비중도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했죠.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판매 제한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 브랜드 간 경쟁 촉진: 고어텍스의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대법원은 구속조건부 거래가 공정거래를 저해하는지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두17435 판결 참조)

  • 해당 행위의 의도와 목적, 효과와 영향
  • 거래의 형태,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 시장 상황
  • 사업자 및 거래상대방의 시장 지위
  • 제한의 내용과 정도, 경쟁에 미치는 영향
  • 다른 위법 행위와의 관련성

결론: 브랜드 가치 보호 vs. 공정 경쟁

이번 판결은 브랜드 가치 보호와 공정 경쟁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거래 상대방을 제한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장 상황과 브랜드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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