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과학적 분석기법을 활용한 증거라도 오류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중요한 판결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고춧가루 원산지 판별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문제지만, 그 속에는 과학적 증거의 함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국내산과 중국산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제품을 '국내산 100%'라고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핵심 증거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품질관리원')에서 시행한 고춧가루 원산지 검사 결과였죠.
1차 검사 vs. 2차 검사: 엇갈린 결과
품질관리원은 압수한 고춧가루 시료를 대상으로 '근적외선 분광법(NIRS)'이라는 과학적 분석기법을 사용해 1차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시료에서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합된 것으로 판정되었죠.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동일한 시료와 분석기법을 사용한 2차 검사가 진행되었는데, 놀랍게도 1차 검사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부 시료는 '혼합'에서 '국내산'으로, 또 다른 시료는 '국내산'에서 '혼합'으로 판정이 뒤바뀐 것이죠.
과학적 증거, 그러나 완벽하지 않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과학적 증거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근적외선 분광법 자체에 통계적 오류 가능성이 존재하고, 2차 검사 결과가 1차 검사와 상반된다는 점을 간단히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대법원 판단의 핵심
결론: 과학적 증거도 비판적 검토가 필수!
이번 판결은 과학적 분석기법을 사용한 증거라도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으며, 오류 가능성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경우,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증거의 신뢰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형사판례
중국산 고춧가루를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출할 때,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하지 않고 따로 제출했더라도 대외무역법 위반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고춧가루에 생강가루를 소량 섞어 수입하면서 '혼합양념'으로 신고한 경우, 수입 제한 품목인 고춧가루를 불법 수입한 것(무면허 수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혼합물로 보아 무면허 수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판례
고춧가루에 별도로 고추씨를 넣어 만든 후 판매한 행위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 단순히 향신료가공품을 만들어 표시하지 않은 것과는 다르게 판단.
민사판례
두 번의 시험 분석 결과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두 번의 시험에 사용된 시료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첫 번째 시험 결과의 증명력을 배척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중국산 참조기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굴비 유통업체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산지 표시 위반은 인정했지만 사기죄에 대해서는 피해액 산정 및 피해자 특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사기죄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민사판례
쌀을 가공하여 만든 쌀가루 등을 원료로 이유식을 제조할 경우, 이유식의 원산지 표시는 쌀가루가 아닌 쌀의 원산지로 표시해야 한다. 단순 가공된 쌀가루는 쌀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법령에서 정한 위임 범위를 벗어난 고시(행정부 내부 지침)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