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0.12.12

일반행정판례

공무원 직장협의회 조례, 어디까지 허용될까?

인천 동구청장과 동구의회 사이에 직장협의회 조례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습니다. 동구의회가 만든 조례 중 일부가 상위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구청장이 재의를 요구했지만, 의회가 다시 똑같이 의결해버린 것이죠. 결국 법정까지 간 이 사건, 대법원은 구청장 손을 들어줬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쟁점은 직장협의회의 '힘'

공무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근무환경 개선이나 고충 처리를 위해 직장협의회라는 걸 만듭니다. 관련 법률(공무원직장협의회의설립·운영에관한법률)과 시행령이 있는데, 이 법에서는 협의회 가입 범위나 운영 방식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구의회가 만든 조례는 협의회에 너무 많은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죠.

  • 누가 협의회에 가입할 수 있나?: 법에서는 '지휘·감독' 직책의 공무원은 협의회에 가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 제3조 제2항,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2호). 그런데 조례에서는 '사무분장'에 따른 지휘·감독은 제외한다는 식으로 해석의 여지를 남겨, 사실상 지휘·감독 직책의 공무원도 협의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 협의 결과는 얼마나 구속력이 있나?: 법에서는 기관장이 협의회와 합의한 사항을 '최대한 노력'해서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 제6조 제2항, 시행령 제9조 제2항). 하지만 조례는 기관장에게 합의 사항 '이행 의무'를 부과하여, 마치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처럼 구속력을 갖도록 했습니다. 이는 법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죠.
  • 협의회에 사무실을 줘야 하나?: 법에서는 협의회 활동을 위한 회의장소, 사무장비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행령 제13조). 그런데 조례는 아예 '사무실'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협의회가 상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법이 의도한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법령에 어긋나는 조례는 무효!

대법원은 동구의회 조례 중 위 세 가지 부분이 상위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조례의 일부만 위법하더라도, 재의결은 조례 전체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조례 전체가 무효가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지방자치법 제159조, 대법원 92추31 판결 등 참조).

이 판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때 상위법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입니다. 직장협의회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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