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거래가 늘어나면서 여러 나라에 걸친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계약 당사자들이 다른 나라 사람일 경우, 어떤 나라 법을 기준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제계약 분쟁에서 준거법 결정, 불법행위, 외화채권 환산, 지연손해금 계산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계약의 준거법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은 어떤 나라 법을 적용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더라도 계약 내용이나 거래 관행 등을 통해 묵시적으로 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미국처럼 연방 국가의 법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지역까지 정하지 않은 경우, 그 약정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의 내용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어떤 지역의 법을 적용할지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해상 운송 계약처럼 연방법이 적용되는 경우라면, 연방법을 준거법으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불법행위의 준거법
불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불법행위가 일어난 지역의 법을 적용합니다(국제사법 제32조 제1항). 그러나 불법행위로 인해 기존 계약 관계가 침해되었다면, 계약의 준거법을 적용해야 합니다(국제사법 제32조 제3항). 즉, 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 간에 불법행위가 발생했다면, 불법행위가 발생한 곳의 법이 아니라 계약 당시 정한 준거법을 우선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3. 외화채권의 환산
외국 돈으로 표시된 채권(외화채권)을 우리나라 돈으로 바꿔서 청구할 경우, 환율은 언제를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채무자가 실제로 돈을 지급하는 시점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민법 제378조,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다214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다72765 판결,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7다13640 판결).
4. 지연손해금
돈을 갚기로 한 날짜가 지났는데도 갚지 않으면 지연손해금을 물어야 합니다. 이 지연손해금은 원래의 채무 관계를 정한 준거법에 따라 계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항은 지연손해금 계산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채권 관계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외국법이 준거법인 경우에는 특례법이 아닌 해당 외국법에 따라 지연손해금을 계산해야 합니다(대법원 1997. 5. 9. 선고 95다34385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49 판결). 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경우, 지연손해금(판결선고 후 이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시하는 이율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국제계약은 복잡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단계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준거법, 불법행위, 외화채권, 지연손해금 등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쟁 발생 시에는 관련 법률과 판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국제 신용장 거래에서 대금 지급 의무와 관련된 분쟁 발생 시 어떤 나라의 법을 적용할지, 그리고 지연손해금은 얼마나 물어야 할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캐나다 은행이 개설한 신용장과 관련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캐나다 법을 적용해야 하며, 지연손해금 또한 캐나다 법에 따라 계산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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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에 관련된 당사자 간의 합의 효력에 적용될 법률은 무엇이며, 동기에 대한 착오를 이유로 해당 합의를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합의 당사자들의 묵시적 의사를 고려하여 한국 민법을 준거법으로 판단했고, 착오를 이유로 한 합의 취소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사판례
외국과 관련된 계약을 맺은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 계약이 해지되었을 때, 손해배상 범위는 어떤 법을 따라야 할까요? 이 판례는 회생 관련 법은 한국 법을 따르지만, 손해배상 범위는 계약 당시 정한 준거법(여기서는 영국법)을 따라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영국법상 미래 손해 배상액을 계산할 때 꼭 이자를 공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민사판례
세인트 빈센트 그래나딘 선적의 선박에 대한 선박우선특권으로 담보되는 선원 임금채권을 제3자가 변제하고 대위할 수 있는지 여부는 세인트 빈센트 그래나딘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세인트 빈센트 그래나딘 법은 제3자가 자발적으로 변제한 경우 법원의 허가 없이는 대위할 수 없다는 영국 판례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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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과 네덜란드 기업 간 물품 매매 계약 분쟁에서, 대금 지급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나라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법원은 국제협약, 당사자 간 합의, 계약과의 관련성 등을 고려하여 준거법을 결정해야 하며, 단순히 분쟁 당사자들이 어떤 법을 주장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직접 적용될 법을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민사판례
국제 선박 용선계약에서 운임 미지급에 대한 위약금 조항이 영국법상 위약벌에 해당하는지, 우리나라 법원이 그 금액을 감액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계약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 조항이 유효한 손해배상액 예정이라고 판단하고, 우리나라 법원은 영국법에 따른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