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나 송전탑 같은 전기설비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이죠. 그런데 이런 설비들이 다른 사람 땅에 설치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만약 땅 주인이 공사를 한다거나 다른 이유로 전기설비를 옮겨달라고 요구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 전기회사(원고)가 국가 소유의 땅에 송전탑과 송전선을 설치했습니다. 국가로부터 토지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허가 기간은 정해져 있었죠. 그런데 국가에서 도로 공사를 시작하면서, 설치된 송전탑과 송전선이 전기사업법에서 정한 기술 기준에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가는 전기회사에 송전탑과 송전선을 옮겨달라고 요청했고, 전기회사는 결국 설비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설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였습니다.
전기회사는 전기사업법 제72조를 근거로 이설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법 조항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설치한 물건 때문에 전기설비가 기술 기준에 맞지 않게 된 경우, 물건을 설치한 사람이 전기설비를 옮기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그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제2항, 제3항, 제4항).
그러나 법원은 전기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법원은 전기사업법 제72조가 적용되려면, 전기사업자가 전기설비를 설치한 땅을 적법하게 사용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전기회사는 국가로부터 토지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허가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땅을 사용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즉, 애초에 무단으로 설비를 설치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죠. 따라서 국가가 도로 공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전기회사는 허가 기간 만료로 송전탑과 송전선을 철거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전기회사가 토지 사용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전기사업법 제72조를 근거로 국가에 이설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국가의 도로 공사 때문에 전기설비를 옮기게 된 것은 맞지만, 어차피 전기회사는 토지 사용 허가 기간 만료로 설비를 철거해야 했기 때문에, 이설 비용을 국가에 떠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 판결은 전기설비 이설 비용 부담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전기사업법 제72조를 적용하려면 전기사업자가 해당 토지를 적법하게 사용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죠. 토지 사용 허가 기간 만료 등으로 사용 권한이 없다면, 설비 이설 비용은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참조조문: 전기사업법 제72조 제2항, 제3항, 제4항, 제67조, 제92조, 국유재산법 제24조 제6항 참조판례: 없음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99902 판결)
일반행정판례
전기사업법 개정 이전에 설치된 전선로 때문에 건물 신축 시 문제가 생길 경우, 전선로 이설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요? 땅 주인이 바뀌었거나, 땅 주인이 직접 짓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팔아 건물을 짓는 경우에도 전기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통신 회사가 도로점용허가 없이 전봇대에 통신선을 설치했더라도, 지자체가 도로 지중화 사업을 하면서 통신선을 옮기게 한다면 지자체가 이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민사판례
토지 소유주인 회사가 자기 땅에 있는 송전설비 이설을 위해 한전과 계약하면서 이설비용을 부담했는데, 나중에 한전에 토지 사용권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계약을 취소하려고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계약 취소는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한국전력공사가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송전선을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는 송전선 철거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 또한, 송전선으로 인해 토지 사용이 제한된 부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
민사판례
한국전력공사가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송전선을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송전선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 아니다. 송전선이 공익적 시설이라거나 철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만으로 토지 소유자의 권리 행사를 제한할 수 없다.
민사판례
지자체가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전봇대와 전선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 사업을 할 때, 통신 회사에 통신선 이설을 요구했다면, 그 이설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