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랜드, 다른 사람이 써도 괜찮을까? 상표권 사용과 하청 이야기

내가 만든 브랜드, 다른 사람이 함부로 쓰면 안 되겠죠? 그래서 상표권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표권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용할 권리를 줄 수도 있는데, 이걸 통상사용권이라고 합니다. 이 통상사용권과 관련해서 하청 생산을 맡겼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례를 하나 볼까요?

A씨는 유명 의류 브랜드의 상표권자입니다. B씨는 A씨로부터 상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통상사용권 설정). 그런데 B씨는 C씨와 동업을 하고, C씨에게 옷 제작을 맡겼습니다 (하청). C씨가 만든 옷에는 당연히 A씨의 브랜드 로고가 붙어있겠죠? 그런데 A씨는 C씨가 자기 허락 없이 상표를 썼다며 C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과연 C씨는 상표권 침해일까요?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허락 없이 남의 상표를 쓰면 상표권 침해입니다. 하지만 상표권자로부터 정식으로 사용 허락(통상사용권)을 받은 사람은 괜찮습니다. 그럼 B씨처럼 사용 허락을 받은 사람이 C씨처럼 다른 사람에게 하청을 주는 경우는 어떨까요?

대법원은 C씨처럼 하청받은 사람이 상표권 침해가 아니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주종관계: 하청업체(C씨)가 사용권자(B씨)의 지시를 받는 관계여야 합니다.
• 영업이익: 하청 생산이 사용권자(B씨)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 실질적 통제: 사용권자(B씨)가 하청업체(C씨)의 상표 사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B씨가 C씨에게 하청을 주고 C씨가 B씨의 이익을 위해 B씨의 관리 감독 아래 상표를 사용했다면 C씨는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겁니다. 마치 B씨가 직접 생산한 것처럼 봐야 한다는 거죠.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73793 판결)

결론적으로, 상표 사용을 허락받은 사람이 하청을 줄 때는, 하청업체가 자신의 통제 아래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표를 사용하도록 관리해야 상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청 관계라고 해서 무조건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점, 꼭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