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11.10

형사판례

내부고발, 공익을 위한 것일까? 명예훼손일까?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물질을 둘러싼 내부고발 사건, 과연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을까요, 아니면 명예훼손일까요? 오늘은 연구소 내부의 비리를 폭로하려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한 연구원의 이야기를 통해 공익과 명예훼손의 경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피고인은 자신이 개발한 제초제 신물질의 특허 출원 전에 연구실 실장 D가 다국적 기업 및 국내 농약회사와 접촉하여 연구 기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D가 자신의 연구를 중단시키려 한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정치인, 언론인, 언론기관 등 35명에게 발송했습니다. 이에 D는 명예훼손으로 피고인을 고소했습니다.

쟁점: 공익을 위한 행위 vs. 명예훼손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연구소의 비리를 밝히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법원의 판단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사실을 적시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다음과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실일 것: 적시된 사실이 사회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것: 단순히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에서 비롯된 폭로는 안 됩니다.
  • 적시된 사실의 내용, 공표 대상의 범위, 표현 방법 등을 고려하여 침해되는 명예와 비교·형량할 것: 공익을 위한 목적이라도 지나치게 많은 사람에게, 과격한 표현으로 사실을 알리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비방 목적이 주된 내용: 청원서에는 연구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D를 비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 지나치게 광범위한 공표 대상: 피고인은 자신의 주장을 심사할 권한이 있는 기관에 청원하는 대신, 정치인, 언론인, 언론기관 등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청원서를 발송했습니다.

즉, 피고인은 연구소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D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이 더 컸고, 이를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D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3.6.22. 선고 92도3160 판결
  • 대법원 1993.6.22. 선고 93도1035 판결

결론

내부고발은 공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개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만으로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내부고발을 할 때는 그 목적과 방법이 정당한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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